건강검진 결과가 알려준 것.

나는 나를 돌보기로 했다.

by 최자두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받는다.
신랑 회사에서 나도 같이 받을 수 있어서, 그 덕분에 매년 같은 시기에 꾸역꾸역 검진을 한다.
그거 아니었으면… 아마 난 평생 “괜찮겠지” 하고 검진은 뒤로 미뤘을 거다.


어느새 내 나이가 내년이면 마흔 중반에 들어간다.
시간이 흐르는 건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면 아니었다.
초음파 결과 여기저기에 ‘추적 관찰’이라는 말이 하나, 둘 붙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체지방도 언젠가부터 슬그머니 늘었다.
언제 이렇게 변한 걸까?
그저 나이가 들어서일까
아니면 지난날의 걱정, 감정, 스트레스가 몸 안에 자리 잡은 걸까.

몸은 마음과 연결돼 있다는 말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그동안 마음이 버티던 자리들이 이제는 몸으로 옮겨 온 것처럼.

솔직히 말하면 몸이 보내온 신호를 보며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두려움도, 걱정도 아니었다.
미안함이었다.


나는 늘 나를 나중으로 미뤄두고 살았다.
아이, 집, 일, 관계.
누군가를 챙기고, 무언가를 해내고,
어디에든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느라 바빴다.

‘이 정도면 됐지’ 하며 마음을 달래왔지만
몸은 그 모든 시간을 그대로 견디고 있었다.
아프단 말 한 번 없었고 쉬고 싶다는 티도 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묵묵히.

그리고 이제야
결과지 한 장으로 말 없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도 좀 돌봐줘.”


그 한 문장을 듣고서야 알았다.
나는 그동안 마음 챙김은 배우고 있었지만
정작 몸 챙김은 배우지 못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나를 돌보기로 결심했다.
그 시작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

잘 자고, 잘 먹고, 운동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다짐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택.


조용히.
티 나지 않게.
누구에게도 선언하지 않고.

이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몸이 보내온 신호가
겁을 주기 위한 경고가 아니라
살고 싶다는 말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나는 드디어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다.

나를 지키는 사람은 결국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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