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둥씨
2026.3.15일요일 점심,
남편과 둘째만 데리고 시댁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나와 있는데 막둥이가 사진을 보내왔다. 전날부터 대통령과 셀카 찍을 거라고 하더니만 진짜로 찍었다.
전 날 가족들이 저녁 뉴스를 보며 대통령이 마산 3.15 의거 66주년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방송을 보고 있었다.
"참, 내일 저거 끝나고 대통령 반송시장에 오는데."
라고 남편이 말하자,
"엇!! 나 그럼 대통령이랑 사진 찍어야지~~"
하며 막내가 분주히 핸드폰을 찾는다.
그때부터 '아빠, 이재명 언제 와?', '아침에 와? 점심에 와?'
대통령이 니 친구냐, 정확한 시간은 모른다는 아빠 말에도 내일 언제 오냐며 재차 묻는 아이가 귀찮았는지 남편이
"거짓말이야."라고 하자마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울면서도 하는 말이,
"아빠가 아들한테 거짓말해도 되나~? 왜 그럼 온다고 그래ㅠㅠ"
그 모습에 막둥이 놀리는 재미로 사는 남편과 큰아들이 웃음을 꾹 참는 게 보인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 아닌 소동이 지나가고 대화 주제는 내일 엄마랑 아빠는 <왕과 사는 남자> 영화를 볼 건데 너희들은 볼 것이냐, 늦잠을 잘 것이냐 물어보며 일단락되었다.
이제 중학교 입학한 우리 일 번 아드님은 영화를 보고 싶지만 10시 영화는 좀 이르다며 잠을 더 자겠다고 했고, 이번 아드님은 자기도 보고 싶다고 따라가겠노라고 한다. 삼 번 막내 아드님은 무슨 내용이냐길래 역사 관련 내용이라고 하니 안 가겠다고 한다. (내심 다 따라간다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일요일 오전, 첫째 셋째의 아점으로 먹을 밥을 만들어 놓고 둘째만 데리고 나와 영화를 본 뒤, 근처 시댁에서 점심을 먹고 가려고 향했다. 가서 어머니, 아버지랑 요즘 공부 안 하고 밖에서 노는 거 엄~청 좋아하는 막둥이의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웃고 있는데 때마침 "띠링" 문자 소리가 난다.
"어랏! 조승우 진짜 대통령이랑 셀카 찍었다!!"
식구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다 같이 빵 터져 웃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도, 엄마인 나도 웃고 둘째 형아 건우도
"어디 봐봐! 나도 보여줘. 아~! 나도 가서 사진 찍을 걸!!"
내심 아쉬워한다. 남편은,
"오늘 9시 뉴스에 나오겠네."
하며 '거길 진짜 갔네' 하며 사진을 다시 한번 본다.
잠시 후에 전화가 온다.
"엄마~ 내가 문자 보낸 거 봤어?"
"그럼 봤지~ 지금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아빠랑 형아랑 다 같이 봤어~! 우리 승우 대단하다~ 엄마아빠도 없이 시장에 진짜로 갔어? 누구랑 봤어?"
하니, 놀이터에서 놀다가 지금 반송시장에 대통령 온다는 소리를 듣고 동네 형이랑 가서 기다렸단다. 대통령이 떡볶이 집에서 떡볶이 먹는 것, 김치왕 식당에서 밥 먹은 것도 보고, 대통령이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대통령이 준 꽈배기도 먹었단다.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저녁에 집에서 아빠가 "승우 9시 뉴스에 나오는 거 아니야~?" 하니 8시 반부터 TV를 틀라고 성화다. 나도 궁금해서 신랑이랑 TV를 보다가 안 나오길래 유튜브에 '반송시장 이재명'하고 검색하니 전주 MBC인가 충주 MBC인가에 풀영상이 나온다.
https://youtu.be/4yu2rR-ecz0?si=KM99kqW9sWFS8NX3
한~~~ 참 보다가 영상 끝에 28:26초쯤 0.01초 만에 후딱 지나가는 모습에서 우리 막둥이를 발견한다. 대통령 몸에 가려서 보이지도 않는 꼬맹이 한 놈이 핸드폰을 들이밀며 사진 한 컷 찍고는 얼굴이 보이지도 않는다. 지상파에 우리 아들 얼굴 좀 나오나 했더니 무리다.
지역상품권을 내서 꽈배기를 구매한 영부인 김혜경 여사가 아이들에게 꽈배기를 나누어 준다.
"야 인마~ 너는 꽈배기를 대통령이 줬는지 영부인이 줬는지도 모르냐~?"
하고 이야기하는데 왜 그런지 알 법도 하다.
대통령과 셀카사진 찍고 둘이 뭐 하나 천천히 돌려서 봤더니 서로 찍은 사진 잘 나왔나 고개 숙이고 쳐다보고 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귀엽기도 해서 나도 자꾸 놀리고 싶다.
"아빠야, 우리 승우 진짜 웃긴다~! 아까 대통령이 준 꽈배기라고 한입 남겨서 핸드폰 케이스 뒷면에 껴놨다! 으이 더러워~!"
"야! 썩는다! 고마 버려라!"
"기념인데 왜 버리라 그래~!"
"엄마가 아까 버리라고 했잖아, 아직도 안 버렸어?"
"으아~~ 조승우 진짜 왜 저래~~~"
오늘은 막둥이 덕에 가족들이 뉴스도 다 같이 보고, 푸하하 크게도 웃었다. 유튜브 영상도 함께 찾아보면서 귀염댕이의 흔적을 찾는다.
"아이, 지상파 출연은 물 건너갔구먼, 대통령이랑 하이파이브도 하고 셀카 찍은 우리 아들 훌륭한 사람 되어라." 하면서 다시 한번 웃었다.
요새 공부 진짜 안 한다면서 저거 커서 뭐 될려고 저러냐 신랑한테 투덜댔었는데, 오늘 보니까 잘 살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