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훔, 부셔버릴까? (2)

내 기분나쁨의 실체

by 고정미

사실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아들보다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상하고 불쾌함을 느꼈다. 가족끼리 잘 지내는 절친 모자도 불편함이 느껴져서 사실 보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해도 모르겠어 신랑과 대화를 해보았다.

아들 게임 사건으로 인해 내가 알게 된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 게임 때문에 친구와 맘 상하는 것이 참 싫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규칙을 잘 이용한다 생각했지만 아직 인간관계에 경험이 적은 아이들이 게임때문에 친구들과 마음 상하고 싸우는 것이 싫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들이 ‘게임 규칙이 그러하니 그럴 수도 있지, 에라이 더럽다. 너 가져라!’하고 넘길 수 있었다면 내가 그렇게 발끈했을까 싶다.

새벽부터 일어나 이벤트에서 훌륭한 아이템들을 얻으려고 졸라대는 것, 게임에 집착하는 것도 싫지만 무엇보다 싫은 것은 우정을 지켜온 사람과 의가 상하는 것이다. 아무리 온라인 게임 안에서 훔치는 것이 정당하다 하더라도 실제 친구들과 사람 관계에선 지켜져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혼동이 되는 이 게임은 내 입장에서 전혀 좋은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둘째, 그 빼앗은 친구가 아들 절친의 절친이기 때문에 더 골치가 아팠다. 만약 아예 모르는 아이였다거나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상한 애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된다. 그런데 자기 친한 친구의 친한 친구인데 인간관계를 무시한 게임속 룰만 가지고 이야기하면서 빼앗아 간다는게 이해되지 않았다. 남에게 안 빼앗길려고 친구들과 하는 건데 그걸 아는 사이끼리 가져간다는 것은 다른 어린이의 말로 ‘그거 선 넘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셋째, 친구의 공감이 없었다. 이게 내가 깨달은 정말 중요한 것이었다. 내가 이 일을 겪고 나서 아들 뿐만이 아니라 나도 기분이 참 상했는데 왜 그렇게 기분이 상한지를 뒤늦게야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모로서 아이들끼리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도와주는 선에서 끝나면 되는데 이상하게 찝찝하고 불쾌하여 친하게 잘 지내는 아이들을 조금 거리를 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속상했겠다.’ 라는 말이 먼저 나오지 않고 ‘그 아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라며 상대 친구를 먼저 두둔하는 첫 마디가 나는 서운했다. 아니 지나고 보니 나는 그 친친이의 행동보다도 어쩌면 우리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그 절친에게, 그리고 그 일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그 엄마에게 화가 난 것이다. 서로서로 다 친한 중간 입장에 있는 그 아이와 엄마에게 미안해서 내가 있는대로 말을 다 못했는데 그 뜨뜨미지근한 그 반응에 한번 더 맘이 상하는 것이다.


사람들 간에 가치관과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지켜져야 할 선과 예의는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충돌 사건에도 발끈하여 친구랑 싸우는 일이 생겨도 해결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된다. 사실 아들은 처음에만 불쾌했지 아이템을 돌려만 받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 게임의 폐해가 무엇인지 실체를 보게 된 순간, 나는 나의 염려가 아이들에게 일어나고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난 것이다.

결국 나는 아들이 해결하지 못한 빼앗긴 아이템을 돌려 받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말했다.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도덕성에 어긋난 게임을 나는 찬성할 수 없다. 앞으로 빼앗겨도 게임 규칙이 그러하니 수긍하던지, 게임을 그만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아들은 여전히 그 게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과 엄마가 정한 규칙 속에서 하고 있으며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템을 얻는 일은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 아침 등교시간도 힘들어 일어나지 못하면서 게임을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일은 허락할 수 없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게임을 할 때 친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게임에 집착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게임때문에 친구와 마찰이 있는 것은 불필요한 경험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이 경험이 친구사이나 인간관계에서 배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브훔, 부숴버릴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