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일적인 글 외에 나 자신의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고, 아이들이 그런 엄마를 좋아해 준다. 그런 나를 남편도 응원한다.
수업하는 아이들의 수많은 글을 만났고 수정하고 교정해 주는 일도 참 보람되고 즐겁다. 내가 단지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는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너무 바쁘다고 느낄 때인 것 같다. 늘 방학이 그러했지만, 이번 방학은 그냥 일에만 집중하고 아이들 밥이 걱정인 날은 그냥 자기들 좋아하는 편의점 컵라면과 삼각김밥과 밥버거로 대신했다. 나의 정신적인 건강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는 방편이기는 하지만 미안함도 있다. 그러한 핑계로 요리를 점점 안 하게 되는 것 같다. 큰일이다.
얼마 전, 내 학생이기도 하고 우리 아들 친구이기도 한 ○○이가 글을 갑자기 잘 쓰는 것이다. 적당한 필사나 글을 인용해서 더 괜찮은 글이었을 수도 있지만 수업 중 뺀질거리던 것과 다르게 글이 좋아서,
"너 무슨 일이야~! 글 갑자기 왜 이렇게 잘 써? 너 뭐 보고 베꼈냐?" 하고 장난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짜식이 능글맞게 웃으며,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쓴 거예요~! 저 잘 썼죠?"
하며 뽐내듯 웃으며 장난을 친다.
"너 이 녀석, 어디서 짜깁기를 한 거야~ 어디야 빨리 불어랏. 몇 쪽이냐~!"
하며 의심반, 기특함 반에 반, 귀여움 반에 반을 가지고 웃었다.
"선생님~ 그런데 책 언제 내실 거예요~?"
"하하~ 그러게 말이야~ 샘이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데 수업하고 바쁘단 핑계로 글을 못 쓰고 있네.. "
"샘이 책 내시면 제가 꼭 읽어볼게요."
"아이구 고마워라~ 우리 ○○이 덕에 쌤이 얼른 글을 써야 되겠다. 근데 선생님은 선물로 안 준다~! 볼거면 사서 봐야 돼~"
웃으며 말하니,
"그럼요~ 제가 여러 권 사서 주변에도 선물로 막 나눠줄게요~"
내가 글쓰기로 최우수상을 받아 전시해 놓은 상장을 몇 달 전에 아이가 보고 이게 뭐냐 물어보았다.
"샘이 신문사에 공모전 내서 상 받은 거야."
"우와~!" 아이 반응이 좋길래
"상금도 20만 원이나 받았어~."
라고 자랑삼아 이야기했더랬다.
무슨 내용으로 글을 쓴 거냐 또 물어보길래,
"샘이 알다시피 아들 셋이 있지 않니, 너무 예쁜데 키우기가 너무 힘들었단다, 아이 셋 키우면서 너무 이쁜데 너무 힘들었던 그 순간들을 느낀 점이랑 같이 쓴 거야. 언젠가 샘 이름으로 된 책도 내고 싶은데 글을 쓸 시간이 없네~^^;;"
맨날 농담 이야기나 집에서 엄마랑 있었던 불평이나 하루 동안 있었던 일화 등을 얘기하면서 수업시간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더니 그날 했던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아이의 말이 참 고마웠다. 그 대화를 나누고도 나를 위한 단 하나의 글도 쓰지 못했는데, 큰 응원이 되었다. 선생님 글 쓰고 있냐고, 다 써서 책으로 나오면 여러 권 사서 나눠주고 본인도 읽어 보겠다는 그 말이 어찌나 감동이던지.
"우리 ○○ 덕분에 선생님 얼른 글 써야겠다~"
까먹지 않게 수업하며 매일 보는 칠판 맨 위에 큼지막하게 써놓고도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글을 쓰지 못했다.
여행일기를 쓸까 했는데 나에게 힘을 준 우리 ○○를 위한 고마움의 글이 써졌다. 방학이 지나고 3월부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말이 큰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