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꼭 글을 써야지 하면서 애정하는 스벅 머그잔에 카누 커피를 탄다. 가루 위에 뜨끈한 물이 부어지면서 커피 향이 구수하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분주하다. 아이들이 그대로 개지 않고 놓아둔 이불을 개고, 화장실에서 볼일도 한 번 보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미루었던 이불을 세탁기에 넣고, 어제 돌려놓은 빨래들을 건조기에서 꺼내 집 안에서 왔다 갔다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닌다.
다시 창문을 닫고 아이들이 아침에 먹다 만 빵과 사과를 책상에 가지고 온다. 겨우 자리에 앉아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글쓰기 루틴이 집에서는 꽤나 힘이 든 이유다. 아이들의 아침 등교 흔적, 남편이 부탁한 수선바지, 나의 업무, 집안일 거리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꼭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먹어진 건 나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많이 성숙해지고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여겼던 것은 또 한 번의 착각이었다.
나는 세 아들의 엄마. 최근에도 글을 썼듯이 브훔이라 불리는 무언가를 훔치는 게임에 대하여 쓴 적이 있다. 그 일에서 나는 낯선 나의 모습을 다시 본다.
얼마 전 우리 아들이 6살부터 5년간 끈끈한 우정을 유지하는 친한 친구와 그 친구의 또 굉장히 친한 아가 시절 때부터 친한 친구와 함께 훔치기 게임을 했더랬다. 그런데 그 친친(친구의 친구를 줄여서 ‘친친’이라고 부르겠다.)이 우리 아들의 가장 좋은 아이템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그간 엄마의 게임 반대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새벽 이벤트에서 따낸 자신의 가장 좋은 아이템을 말이다. 그러고는 돌려달라 말해도 이틀만 쓰고 준다는 말로 빌려주기 싫다는 아들의 문자에 '그러게 누가 자기 기지에 들어오라고 했냐'며 싫다는 좋다의 반대말이지 어쩌구 저쩌구 @#$%$#% 엉터리 답변을 남기고 전화하는데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 브훔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의 아이템을 훔쳐가는 게임이라서 종종 친구들끼리 의가 상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들었다. 그러나 아들들은 그 아이템을 뺏기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기지(방)를 따로 만들어서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템을 훔쳐 가려하면 지켜주기도 하고 같이 때려(?) 주기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상한 게임규칙을 친구들과 협력하며 긍정적으로 잘 이용을 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걸 강제로 멈추게 해야 하나 그대로 두어야 하나 고민이다. 그래서 게임 규칙을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이 게임은 상대방을 때릴 땐 ‘찰싹’ 소리가 나는데 아이템을 사면 더 멀리 날려 보낼 수도 있다. 그리고 환생(업그레이드)하게 되면 기존 캐릭터들이 모두 없어지기 때문에 환생하기 전, 자신의 아이템들을 친구들 기지에 맡겼다가 다시 돌려받는다고 한다.
여기서 환생이란, 기지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말한다. 그 단계에서 요구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모으면 환생이 되는데 환생을 하면 기지를 잠그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기지는 다른 사람이 침입해서 훔쳐가기 때문에 수시로 잠가주어야 한다), 집이 더 커져서 캐릭터들을 더 많이 보관할 수 있게 된다.
그 캐릭터들은 기지 안에서 보관하는 동안 돈을 벌어다 준다. 돈이 모아지면 각종 아이템을 살 수 있고, 중요한 것은 돈을 많이 벌어주는 좋은 캐릭터들을 살 수도 있다. 그러니까 캐릭터를 많이 모을수록 돈이 되는 것이다. 여러 캐릭터들을 모아 머신에 넣으면 색다른 조합의 캐릭터가 생기기도 한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게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쉬는 동안 돈을 벌어다 주고, 그 번 돈으로 내가 원하는 또 다른 캐릭터들을 살 수 있고 질리면 색다른 조합의 캐릭터도 생산해 낸다니. 하!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가.
내가 쉬는 동안에도 돈을 벌어다 주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창조물도 생산해 내고 되팔 수 있으니 아이들에게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혹할 만한 요소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쨌거나 이 매력적인 게임(?)에는 부모들이 우려하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친구들이 힘겹게 모은 캐릭터들을 기지가 잠깐 풀린 사이에 혹은 돈으로 아이템을 써서 몰래 들어가 ‘훔친다’는 것이다. 인간 세상에서 남의 것을 탐내거나 훔치는 것은 도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데 이 게임 안에서는 그 인간의 금지된 욕망이 인정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정당하게 구매해서 산 캐릭터를 내 기지로 옮기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찰싹 때려서 본인이 다시 구매하여 가져갈 수도 있다는 것이 나는 불쾌하다. 훔치고, 내가 먼저 산 걸 새치기 하듯 때려서 멀리 날려 보낸 뒤 재구매하여 낚아채듯 가져가는 것이 이 게임 세상 안에서는 정당한 행위가 된다는 것에 현실 세계와 혼동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있는 것이다.
그 인간 세상과 게임 세상을 구분하여 게임 규칙이 그러하니 누군가가 내 캐릭터를 훔쳐가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기면 될 일이지만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단순하지가 못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 지켜주자는 암묵적인 약속을 깨고 아끼는 캐릭터를 훔쳐간다니 이것은 도대체 싸우자는 것인가, 시비를 거는 것인가, 괴롭히는 것인가 불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