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1
1장. 카페에서
카페 창밖으로 늦은 겨울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컵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지만, 대화는 어느 순간부터 커피 맛과는 전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상하지 않아?”
나는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가?”
엄마가 물었다.
“기술 말이야. 우리는 이미 인간의 유전자를 읽고, 세포를 배양하고, 인공지능이 단백질 구조까지 예측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
나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그런데 아직도 사람들은 암으로 죽어.”
남자친구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면 벌써 해결됐겠지.”
“그게 문제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해결이 안 된 걸까?”
잠시 테이블 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카페 안에서는 스팀 우유가 끓는 소리가 났고, 어떤 사람이 노트북을 닫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생각해 봐.”
나는 말을 이었다.
“만약 암을 단 한 번의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다고 치자.”
“가정이네.”
남자친구가 말했다.
“그래, 가정.”
나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 약이 세상에 나오면 어떻게 될까?”
엄마가 먼저 말했다.
“사람들이 살겠지.”
“맞아. 그런데 그다음은?”
나는 천천히 말했다.
“항암제 회사들, 방사선 치료 장비 회사들, 병원들, 보험회사들….”
나는 하나씩 세어 내려갔다.
“암으로 먹고사는 산업이 전부 무너질 거야.”
남자친구가 눈썹을 조금 올렸다.
“그래서?”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만약 그런 약이 이미 존재한다면….”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엄마가 웃었다.
“음모론 같다.”
- 일루미나티 -
“그럴까?”
나는 창밖을 바라봤다.
“기술이 없는 게 아니라, 기술이 억제된 거라면?”
잠시 후 남자친구가 말했다.
“그럼 누가 막고 있다는 거야?”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나도 몰라.”
그리고 덧붙였다.
“하지만 역사에는 그런 일이 꽤 있었잖아.”
잠시 생각하던 엄마가 말했다.
“예를 들면?”
“복제 기술.”
나는 말했다.
“인간 복제 연구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금기처럼 돼버렸지.”
남자친구가 말했다.
“윤리 문제 때문이잖아.”
“윤리.”
나는 웃었다.
“아니면 권력 문제일 수도 있지.”
잠깐의 침묵.
그리고 나는 다시 말을 꺼냈다.
“생각해 봐.”
나는 천천히 말했다.
“만약 세포를 완전히 교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엄마가 물었다.
“무슨 뜻이야?”
“죽은 세포를 새 세포로 갈아 끼우는 거.”
나는 손을 펼쳤다.
“암세포도, 뇌세포도.”
남자친구가 말했다.
“그건 거의 SF야.”
“아니.”
나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이미 매일 세포를 교체하면서 살고 있어.”
나는 말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지.”
엄마가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그래서?”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천천히 말했다.
“만약 기술이 이미 거기까지 와 있다면?”
“뭐가?”
“암을 없애는 것.”
나는 잠시 멈췄다.
그리고 덧붙였다.
“죽은 뇌세포를 교체하는 것.”
남자친구가 물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세상은 완전히 바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세상에 나오기 어렵겠지.”
잠시 후 엄마가 물었다.
“왜?”
나는 조용히 말했다.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니까.”
창밖에서는 해가 조금 더 기울어 있었다.
나는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정말로.
어딘가에서 이미 누군가가 그 기술을 만들었는데,
세상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
“당신이 카페에서 한 말, 들었습니다.
그 가설… 틀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문장을 읽었다.
“치료제는 이미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