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겸손

by 최지윤

《명심보감》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매우 어리석은 사람도 다른 사람을 탓할 때는 똑똑하다. 매우 총명한 사람도 자신을 용서할 때는 잘못을 범한다. 총명하고 지혜롭더라도 어리석음을 지녀라. 공적이 세상에 가득해도 겸양을 지녀라. 용감함이 세상에 떨쳤어도 소심함을 지녀라. 세상을 다 가질 만큼 부유하더라도 겸손을 지녀라”


아빠는 대학입학 절차가 끝난 후 나에게 한문어학당을 권하셨고, 그곳에서 훈장님께 한문서로 《명심보감》과 《소학집주》를 배웠는데, 실상 기억나는 문장은 많지 않다. 위 인용문은 아주 나중에 아빠 책장에서 책으로 읽은 《명심보감》에서였을 것이다.

아빠가 생전에 내게 하셨던 충고였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사람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러더냐. 항상 겸손함을 지녀라." 아빠 입버릇이셨는데, 나이가 들 수록 생각난다.

보고 싶다 아빠 이제는 그런 현명한 충고를 해주시는 아빠도 곁에 계시지 않지만 말이다.

한 존재가 사라졌다

그래도 일상은 변함없이 반복되고 유지된다.

아니, 조금 변화되었는지는 모른다

사라진 존재에 대한 가끔씩의 추억과 상념에 젖는 순간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화해의 시간일 테니

보고 싶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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