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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 Jun 05. 2024

ARMY on BTS, BTS on ARMY

함께 만들어낸 기적

2021년 가을에 완성했던 글.

2024년에야 내보낸다.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이렇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걔네가 그렇게까지 성공한 이유가 뭐야? 방탄은 뭐가 다른 건데?"


1. 가장 역동적인 팬덤, ARMY


방탄소년단 성공의 주축에는 팬덤 ARMY(이하 아미)의 팬덤 파워가 있다.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그들의 팬이 된 데에는 수백 수천만의 경로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아미라는 이름 아래 방탄소년단을 응원하고 직접 나서서 행동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K-POP 팬덤은 주체적인 소비자이면서도 나아가 프로듀서, 마케터 역할까지 수행한다. 어떤 콘텐츠든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 행동이 시작된다. SNS에 감상을 쏟아내며 사람들에게 이 콘텐츠가 세상에 공개되었음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홍보한다.


이후 셀 수없이 많은 파생물이 쏟아진다. 내용을 자국어로 번역하여 배포하거나, 다양한 2차 가공물을 생산해내는 것이 그 예시다. 단순 가공에서부터 장르적 전환, 팬의 관점과 생각이 투영된 완전히 새로운 저작물에 이르기까지 그 깊이는 다양하다.


팬덤의 이러한 행위는 크게 세 가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여준다는 것, 팬덤 내부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해준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팬덤 유입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원동력이라는 것.


결국 아미에게는 다른 아미들을 끌어당겨 방탄소년단을 함께 지탱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그들 사이는 끈끈한 연대로 묶여있다. 세계 각지의 팬들은 언제 어디서든 서로를 향한 연대를 손쉽게 트위터로, 유튜브로, 위버스로 드러낼 수 있다.


이렇듯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기록과 성공의 기저에는 아미가 든든한 아군이자 버팀목으로 서 있다. 방탄소년단이 처음으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서 수상한 부분이 2017년 빌보드뮤직어워드 톱소셜아티스트 부문이라는 사실이 더욱 상징적인 이유다.


 아티스트의 소셜 지수와 음반 실적, 팬 투표를 합산해 수상한 그 상이야말로 방탄소년단의 영향력이 곧 팬덤으로부터 나온다는 증명이다.       


   

2. 행동의 이유, Beyond The Scene

그렇다면 그 열정과 로열티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곧 또 다른 성공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답은 방탄소년단의 그룹 정체성과 메시지다. 이는 바꿔 말하면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그 자체로 대변되는 방탄소년단만의 의미이다.


이들의 정체성은 ‘사람’과 ‘진심’에 있다. “데뷔 때부터 강조했던 게, 사람 대 사람으로 계속 얘기하고 싶다. 대화하고 싶다.”라는 다큐멘터리 번더스테이지 속 리더 RM의 말을 빌려보자면, 그들의 음악 안에는 분명히 사람이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10대, 20대 청년으로서 느꼈던 감정,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된 자신들의 위치 그마다의 고민이 드러난다.


초기 앨범들이 강한 어조로 내뱉었던 외침과 ‘화양연화’ 시리즈가 환기하는 정서, ‘Love Yourself' 시리즈가 담은 메시지, 현재진행형으로 그려지고 있는 그들의 영혼의 지도 ’Map of the Soul' 등 이들의 음악적 흐름을 지켜보면 모두 조금씩 결이 다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에는 그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이 모든 변화의 궤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이 아미를 열광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셈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는 음악 외적인 소통으로도 잘 드러난다. 직접적으로는 SNS나 브이라이브를 통해 소통하는 게 있을 것이고, 정규앨범 이외의 개인 음악 작업이나, 위버스나 유튜브를 통해 보이는 다양한 콘텐츠 역시 넓게 보면 아티스트가 보내는 간접적인 메시지다. 아티스트는 솔직하고 친숙한 모습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아미는 그 속에서 방탄소년단과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런 유대와 연대 의식이 수평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게 지속된다.


이처럼 다양한 형식으로 끊임없이 사회와, 팬들과 대화하고자 말을 건네는 진심 어린 태도는 방탄소년단의 강점이자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낸 시발점이다.       


   

3. 콘텐츠가 선사하는

그룹의 정체성은 콘텐츠를 통해 가시적인 형태로 형상화된다. 여기서 콘텐츠는 그들의 본업인 음악 활동과 여타 콘텐츠들, SNS에 쓰는 게시물 등을 모두 포괄하는 광의로서의 개념이다. 콘텐츠 요인은 맨 처음 언급한 ‘행동하는 아미’와도 연결된다.


팬들에게 콘텐츠는 좋은 재료다. 양이 많을수록, 그 질이 높아 부분부분 파헤쳐볼 가치가 있을수록 팬들의 즐거움은 배가된다.


콘텐츠의 질만큼, 아니 어쩌면 현재는 질보다 중요한 것이 콘텐츠의 양이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데뷔한다고 해보자. 이들은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경쟁해야 하고 외부의 미디어 콘텐츠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대중의 시간과 관심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인지도를 쌓는 출발점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일단 꾸준히 많이 노출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때부터 2020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해서 많은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디스코그래피의 양이나 각종 자체 채널을 통해 공개되는 콘텐츠의 양을 보면 연차 대비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점점 인지도를 쌓아오면서 그 안에서 발견되는 콘텐츠의 높은 질적 수준이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가치는 점점 제고되었다. 질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 치밀한 그룹 세계관과 그 안의 스토리텔링, 관객의 콘서트 경험을 극대화하는 다양한 무대연출, 자체 제작 예능의 오락성 등이 있다.


콘텐츠는 팬을 양산하는 것만큼 팬들의 로열티를 유지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특히 음악 활동 외적인 콘텐츠들은 앨범 비활동기에 큰 힘을 발휘했는데, 새로운 콘텐츠는 곧 이야기 소재를 제공해주어 활발한 팬 활동을 유발하고 이것은 다시 아티스트의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차근차근 발전해온 커리어가 점점 더 큰 주목을 받으며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방탄소년단은 어느새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5. 성공을 재생하는 힘

끝으로 방탄소년단의 성공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2017년 즈음부터 현재까지 승승장구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먼저 새로운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하고 공급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듯 팬덤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내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그 외연을 확장하는 양상도 발견된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의 자체 세계관인 BU(BTS Universe)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뿐 아니라 책, 웹툰 제작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는 타 아이돌 그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양상이다. 이렇게 세계관을 다방면으로 확장하여 팬들이 세계관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했다.


다른 사업 분야와 제휴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중 BT21과 BTS WORLD는 방탄소년단의 서사와 캐릭터성을 투영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BT21은 초기 기획 단계부터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캐릭터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발전 시켜 왔고, BTS WORLD는 유저에게 매니저 역할을 부여하여 방탄소년단 멤버들을 매니징하는 게임이다. 단순히 방탄소년단의 이름을 빌려 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그들의 의견과 그룹의 서사가 내재해있다는 점에서 높은 관련성을 획득했다.


이렇게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팬들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방탄소년단이라는 브랜드를 타 분야로 확장하면서도 그 콘텐츠(혹은 상품)와 아티스트 간의 긴밀한 관계성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팬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그리고 이 모든 새로운 시도에도 본래의 음악적 가치와 정체성, 팬덤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본질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최초의 성공이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확대될 수 있었다.          



6. 모든 것은 아미로 귀결된다

결국 방탄소년단의 성공 그 모든 기저와 종착점에 아미가 서 있다. 빅히트의 기획으로부터 시작되어, 방탄소년단을 거쳐, 아미에게까지 도달하는 콘텐츠 프로세스는 그 기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면에서 팬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그러면서도 회사와 아티스트, 팬덤 중 누구 하나 수동적 개체로 머물러 있지 않고 능동적인 주체로 움직였기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글로벌한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다. 특히 팬덤 아미는 지급되는 콘텐츠들을 종속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이 아티스트와 함께 방탄소년단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주체라는 점을 뚜렷이 인식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 결과 팬덤의 결속력과 로열티는 유지와 발전을 거듭했고, 이는 다시 방탄소년단의 더 큰 성공에 일조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팬덤, 그룹 정체성, 콘텐츠, 기업 전략이라는 4가지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거듭하면서 시너지가 극대화된 것이다.


말하자면 방탄소년단과 아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BTS의 성공’이라는 상의 공동수상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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