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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 Jun 05. 2024

이면 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같아요[마이너스일기-오늘 삶에서 덜어낸 것]

들어가기에 앞서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 중에 고르라면 나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깝다. 물건도, 마음도 잘 버리지 못하는 나는 10년도 더 된 옷을 여전히 잠옷으로 입고, 이사갈 때마다 물건을 바리바리 챙겨 다닌다. 실패나 좌절, 갈등. 무언가에 상처받은 마음을 오래 담아두는 편이기도 하다. 일종의 뒤끝이라고나 할까. 무엇이든 끊임없이 채워넣는 것이 남는 것인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나는 오늘 내가 삶에서 덜어낸 것들에 대한 '마이너스 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완곡 어법

빙빙 돌리고 또 돌려 내 말에 상대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배려하는 K-유교문화산물.


상대의 감정상태를 배려하려는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조차 확실하게 말해주지 못할 필요가 있을까. 나에게 솔직해져야 할 순간에, 내 감정을 정확히 마주해야 할 순간에조차 자신에게 방어적으로 굴 때가 있다. 내가 잘 해내지 못할 것 같을 때, 이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애매할 때, 자존감이 저 바닥을 뚫고 들어갔을 때.


"마음에 드는 것 같은데?"

"안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곤 종종 무너진다. 여운을 남기는 저 말투의 숨겨진 뒷문장은 이러하다. '잘 모르겠어. 확신이 없어.'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나는 자신감조차 부족하구나 하며 당당하지 못한 나에게 또 한 번 실망한다. 그리곤 '현자타임'을 진하게 맞는다.


생각해보면 자신만만 했다가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무수하며, 예능이나 드라마에선 이런 소재가 웃음포인트나 절망포인트로 쓰인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나.




이제는 이렇게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렇게 말하려고 '노력' 중이다.


"마음에 들어."

"안 살거야."

"다음엔 분명 더 잘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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