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명력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어디를 가도 화사하게 핀 꽃을 볼 수 있으며, 바람만 불어도 꽃향기가 난다.
사무실 앞 작은 화분에 관심도 없이 버려져 있던 송엽국도
처음에는 작은 봉우리 하나가 터지더니 너도나도 세상이 궁금한 듯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다.
작년 겨울 한참 추울 때 생기하나 없이 시들어 흉한 몰골로
화분에 엉겨 있기에 얼어 죽었거니 하고 물도 안 주고 신경도 안 썼는데, 스스로 내리는 빗물만 머금고 이리도 인내하여 기어이 꽃을 피워 낸다.
생에 대한 의지, 종족번식의 의지...
그 꺾이지 않는 강함이
방치해 두었던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풍요로운 여름을 거쳐 가을이 지나면
또 건조한 혹한의 겨울은 오겠지만,
그 모진 시간들을 견디는 화초들만이
늘 그렇듯 찬란한 태양의 계절을 또 맞이할 것이다.
5월 어느 날.. 나른한 오후에...
여명(黎明)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도 있고 가는 사람도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生)의 감각(感覺)을 흔들어 주었다.
- 김광섭, 「생의 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