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에 별빛

by 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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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근부터 붓이 아닌 자수를 통해 한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고 있다.

"별빛"

두음절의 단어를 자수로 완성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작은 스티치들이 연결되어 자음과 모음이 되고 단어가 된다.

붓을 쓸 때와 다르게 자수는 내게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다.

"별빛"은 낭만적인 단어이다. 밤바다, 밤하늘, 이 연상되어 더욱 그렇다.

내 기억 속에 별빛은 신혼여행지로 갔었던 사이판에서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정신없었던 결혼식을 마치고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고 신부용 머리를 풀지도 못해

공항의자에 앉아 끝도 없이 꽂혀 있던 실핀을 뽑아야만 했다.

"예식"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나는 모든 게 빨리 지나가길 바랐고 기뻐야 할 결혼식이

준비부터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다. 사이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몸살이 나서

꽤 고생을 했다. 지금생각하면 긴장이 풀어진 탓이었던 것 같다.

겨우겨우 패키지여행에 참석해 관광을 했지만 힘에 겨운 스케줄로 신혼여행을 후회할 때쯤

우리 그룹의 신혼부부들끼리 밤바다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나는 잠이 너무 쏟아져

눈꺼풀을 주체할 수 없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 순간 시간이 멈춘 줄 알았다.

까만 밤하늘에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별들이 빼곡했고 금방이라도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의 장면을 나는 잊지 못한다. 내게 "별빛"은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짧은 단어 하나가 잊고 있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어쩌면 그때의 현실보다 내 기억이 훨씬 낭만적으로

부풀려졌을지 모를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주었다.

기억이란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이 다행인지 모른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때문에 추억이 되고 더 낭만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완성된 문장보다 짧은 단어가 더욱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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