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나무 신작 서평] 여름방학을 위한 뮤지컬 같은 책
다름을 인정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황순원 작가의 소설 ‘소나기’에서도
소녀가 방금 뽑은 무가 맛없다고 던지자
평소 무 잘 먹던 소년도 무가 맛없다며 던지지 않았던가.
서로의 호감과 친함은 의례 그렇게 ‘같음’을
보이며 확인하는 법이다.
캐나다의 학교에서 ‘다름, 다름, 다름의 가치’를
과하다시피 배워온 우리 아이들은
한국에 와서 ‘같음,같음, 또옥같음’을 배우고 있다.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자
친구 시간에 맞춰 같이 등교를 하고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포카를 수집하고
(이 아이돌이 누군지 노래가 뭔지도 모르면서!)
친구와 우정템을 사느라 한달 용돈이 금방 동이 난다.
그렇게라도 친구와 잘 지내주면 그나마 감사하지,
둘이 틀어지는 날에는 세상 우울함으로 가득하다.
‘ 너도 하고 싶은게 다르면 친구에게 이야기 해!
친구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싫으면 이야기 해!‘
라고 조언해보아봤자 의미없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우정은
‘다름’이 아니라 ‘똑같음’ 이어야 하니까.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나 진심으로 반가웠다.
온갖 우정템을 자랑하는 지후와 은비가
건강한 우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건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아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도 반성하게 되는 책!
책을 읽는 내내 검은 활자들이 컬러풀하게 움직이며
만화로 만든다면 이런 색감이고
뮤지컬로 만든다면 이런 노래가 들어갈 것이고
양말괴물은 푹신푹신 이런 복장이겠구나 싶은
재미있는 어드벤처 소설이다.
한여름밤, 같음을 갈구하는 우정에 괴로워하는
아이나 어른이가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발발발발, 세탁기 속 양말괴물]
덧붙이자면, 발발발발…은 양말괴물 웃음 소리다.
자, 이제 뮤지컬로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