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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Apr 27. 2018

북저널리즘의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 서평

커피 산업계 최초로 실리콘밸리의 투자를 받은 브랜드 '블루보틀'

북저널리즘의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를 읽었다. 외식 브랜드 전문가가 쓴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블루보틀의 성공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궁금한 이유는 대부분 독자와 비슷하다.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가 궁금하니까. 내가 생각하는 블루보틀은 아름다운 테이크아웃 컵이다. 갈생 종이에 터키 블루 색상의 물병 디자인은 단순미의 극치를 달리며, 뭇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여러 굿즈를 판매하는 트리거가 되어준다. 내가 아는 블루보틀은 딱 여기까지다. 커피 맛도 모르고, 매장 인테리어도 모르고 창업자도 몰랐다. 북저널리즘의 '블루보틀에 다녀왔습니다'를 읽기 전까지.


이 책에서 '블루보틀'의 성공 비결은 크게 2가지로 꼽는다. 커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브랜드 철학 그리고 단순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커피 맛을 최고로 중요시 여기는 브랜드 철학 아래, 속도보다 품질을. 매장 내 바리스타를 커피 전문가이자 엔터테이너로, 그리고 커피 원두 Subscription 사업이 있다. 단순함이 오히려 궁극의 경지일 것인 덕일까. 블루보틀의 수많은 성공 비결은 단 하나 '우리는 최고의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라는 비전에 귀결된다. 마치 애플의 수많은 성공 요소들이 'Think different'란 문구로 귀결되듯이.


또한 블루보틀이 투자를 받고 더욱 각광받는 브랜드인 이유는 커피 산업의 물결이 변한 덕이다.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이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의 이야기였다면, 흥미로웠던 부분은 커피 산업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블루보틀이 네슬레에 인수된 줄 몰랐으며, 믹스커피가 커피산업의 첫 번째 물결, 두 번째 물결은 스타벅스와 같은 압축 해서 뽑은 에스프레소 스타일, 그리고 현재의 세 번째 물결은 스페셜티라는 것을 몰랐다. 산업의 변화가 개인의 경험과 일치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여기서 잠깐 내 커피 경험을 꺼내보자면, 믹스커피-에스프레소 머신 기반의 원두커피-핸드드립의 스페셜티 순이다. 어릴 때는 이딴 쓴 액체 덩어리를 왜 마시냐고 했던 내가 지금은 매일 커피 2잔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 책에서 말한 커피산업의 발전 흐름도 내 커피 경험과 동일하다. 맥심, 네슬레의 믹스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기반 그리고 블루보틀의 핸드 드립 커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도 이러한 커피 소비의 변화에 따라 블루보틀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았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소비자 경험이 최강이니까.


다시 블루보틀 브랜드 이야기로 돌아오자. 블루보틀은 '로스팅 48시간 이내의 원두로 여덟 가지 메뉴만 판매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통해 시작되었다. 그만큼 맛을 위한 정확한 공정을 거친다는 자부심 그리고 커피로 승부 보겠다는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블루보틀의 행보는 복잡하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커피 맛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창업자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번창할 수 있던 이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그대로 반영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완벽한 커피 맛이라는 단순한 철학이 사업을 이끄는 엔진이었다. 그에 반해 사업을 실패하는 대다수 유형이 문어발식 확장 혹은 개성 없이 유행만 따라한 경우가 많은 점을 알 수 있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자기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볼드체는 책에 있는 구절을 발췌)


그리고 책은 한창 블루보틀의 매력에 취해 있는 독자를 잠깐 멈춰 세운다. '스타벅스는 역시 별로야, 진부하구먼, 커피 맛도 별로였잖아. 블루보틀 대단한데?'라는 생각을 하는 독자에게 엄연히 브랜드 콘셉트가 다른 점을 친절히 설명한다. 스타벅스의 브랜드 철학은 '제3의 공간을 제공', 블루보틀은 '최고의 커피를 제공'이다. 스타벅스가 얼마나 이 컨셉에 충실한 브랜드인지. 블루보틀과 컨셉만 다를 뿐 ‘공간 제공’ 면에서 우수한 브랜드라는 점을 설명한다. 저자도 일본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해 커피를 마셔도, 어느새 스타벅스에서 작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흠... 역시 그렇군. 나만 해도 스타벅스에서 원 없이 앉을 수 있고 마음도 편해. 그리고 커피 맛을 기대 안 하지. 오히려 어느 매장에 가던 만만한 맛이고, 내가 아는 그곳이니까 이미 내 발걸음은 스타벅스로 향하고 있는걸.'이라고 나도 생각했다.


결국 저자가 블루보틀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커피 브랜드의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대해 완벽을 추구하고, 비즈니스를 구축하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절대 잃지 않는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이유도 절대 디자인만으로 비유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브랜드 철학을 확실히 정립하고 다른 것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꾸준히 추구하는 자세 때문에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린다.


잘 가다가 마지막에 아쉬운 점이 눈에 띄더라.


잘 읽다가 결론에서 엥? 했다. P.35에서 갑자기 '보이는 것이 전부일 때가 있다'로 소제목을 시작하면서 마지막 문장을 '디자인에 투자하라. 보이는 것이 전부일 때가 있다.'로 끝난다. 내가 느기끼에 이 책은 “브랜드의 '자기다움', '철학'이 중요하며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정하는 것이다”를 말하고 있다. 일본 진출 전까지 디자인이 이 정도는 아니었고, 더 큰 성장 후 디자인에 힘을 준 것으로 안다. 오히려 브랜드 시초는 프리먼의 커피 맛과 품질에 대한 집착이 아니었나? 그런데 ‘보이는 것이 전부일 때가 있다.’로 책이 끝나버리다니... 뭔가 A와 B를 설명하고 그 A의 소제목 abc 중 c로 결론을 낸 느낌이랄까.  에필로그에 들어가기 바로 전 마지막 문장에 나온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에필로그의 마지막도 마음에 걸렸다. 갑자기 '이 책을 읽는 당신이 그 기회를 잡는 한 명이 되기를 기원한다.'니... 이 책의 독자 타깃을 확 줄여버리는 마지막 문장 아닌가? 난 카페 창업이나 커피 산업에 대해 큰 열정이 없지만 단순히 블루보틀에 대해 궁금했기에 읽은 독자다. 감히 믿어보건대, 절반 훌쩍 넘는 수의 독자들이 블루보틀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궁금해서 읽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사업의 기회를 잡는 한 명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하니 뭔가 아쉬웠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건 비단 브랜드나 창업에 한해 적용되는 교훈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세 그리고 언젠가 시대의 흐름을 맞을 때 적절한 운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받았다. ‘기회를 잡길 기원한다’는 문장도 괜찮지만 더욱 멋진 말로 끝맺음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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