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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Jun 17. 2018

미국에는 실리콘밸리, 중국에는 선전(심천)

북저널리즘의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 서평

내가 가진 선전(심천)의 첫인상


때는 2015년, 미국 인턴 시절이었다. 퇴근 후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던 중 레이밴 선글라스를 초특가로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았고, 마이애미 휴가를 앞둔 나는 뭔가에 홀린 듯 구매했다. 구매 후 '아차!'레이밴이 이 가격이라면 말도 안 되는 건데... 짝퉁이라기엔 비싼, 정품이라기엔 너무도 싼 애매한 가격과 그럴듯한 사이트에 나는 당했다. 


허겁지겁 구매 취소를 하려고 했으나 번개같이 결제 승인 및 배송을 시작해버리는 짝퉁 사업자. 출발지는 중국 선전이었다. 선전에서 제작했는지, 글로벌 짝퉁 무역회사가 선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처음 선전을 알았고, 내겐 짝퉁 라이방 선글라스의 배송 시작지란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북저널리즘의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은 내가 가진 선전의 첫인상을,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버린다.(요즘 계속 광고하는 모 주류회사의 맥주 광고처럼)


눈에 띄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선전의 발전


도요타, 삼성의 지금 모습을 보면 꿈도 못 꿀 과거가 있다. 도요타는 자동차 제작을 시작해 1935년 미국에 과감하게 진출했으나 반년 동안 15대를 팔고, 그나마 고장이 잦아 중단했다. 지금 삼성은 반도체 사업과 고부가가치 산업(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TV 등)의 강자지만 시작은 쌀집이었다. 


누구나 시작은 미미하다. 그 끝은 모를 뿐. 선전의 시작도 산자이였다. 산자이는 중국어로 의적, 협객이란 의미로 유명 해외 브랜드를 본떠 만든 모방품을 만드는 중국의 무명 브랜드를 칭한다.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해 저작권을 과감히 침해하고, 외국 브랜드와 경쟁을 벌인 그들은 자국 내 의적, 협객과 같은 존재다.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짝퉁 천국이라고 욕한다. 심지어 짱개라고 부르며, 시끄럽고 말 많고 더러운, 그리고 비열한 국민성을 가졌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삼성은 누굴 따라 했고, 일본은 누굴 따라 했는가. 심지어 미국은 과거에 어땠는가. 


삼성은 TV를 만들기 위해 일본 샤프사의 티브이를 분해하고 공부했고, 현대는 일본 모델, 독일 엔진을 그대로 조립 생산하며 시작했다.(물론 저작권을 침해한 경우도, 아닌 경우도 있다) 일본의 도요타는 미국의 포드사를 연구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최근까지 자유무역의 수호자 미국도 과거 보호주의를 통해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일부 사람들은 욕한다. 비겁하다. 중국 시장에서만 통할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다. 인구가 많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통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들이 간과한 것은 너무도 많다. 세계에서 외화 보유가 가장 많은 국가가 중국이며, 세계 1등 규모의 은행은 중국 공상은행이다. 레노버가 IBM을 인수했으며,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했다. 


이제 알리바바, 텐센트, 비야디 등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저널리즘의 책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도 말한다. 중국 짝퉁 산자이, 메이커를 장려하고, 성장한 그들의 성장배경과 미래를 주목하라고.


그래도 계속 중국을 짱개로 치부해야 할까?


이런 우리나라 모습이 꼭 잃어버린 20년 전의 일본과 같다. 일본의 유수한 기업들이 한국 기업의 성장을 우습게 봤다. '그래 봤자 그들은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어. 여전히 발끝에도 미치지 않아'. 하지만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을 읽으면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다. 


시대마다 고성장을 기록하는 개발도상국이 앞선 산업의 미래를 차지한다. 일본의 자동차, 워크맨이 그랬고 우리나라의 반도체, TV, 스마트폰이 그렇다. 중국은 핀테크, 전기 자동차, 그리고 공유경제다. 무시할 수 없는, 아니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어떻게 미래 산업을 책임질 우수한 기업들을 키울 수 있었는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로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이다. 창업가들의 도전을 독려하기 위해 포지티브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 규제를 갖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는 '이것 말고 다해도 된다'식의 정책이다. 창업가들은 해당 규제 범위만 피하면 전부 다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도 '환경을 조성할 뿐 주도는 민간이 하며, 시장의 논리에 따라 맡긴다'이다.


둘째로 젊은이들의 창업 돌풍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20대에 사장이 되지 못하면 대장부가 아니다'라는 말까지 할 정도다. 브랜드 네임에 기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사업을 운영하는 욕심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배 기업들의 지원이다. 텐센트, 샤오미, 알리바바, 비야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자리 잡은 선배 기업이 존재한다. e-커머스, 제조업, 핀테크 등 각 분야에서 성공한 대형 기업이 직접 엑셀레이터를 꾸리거나, 전폭적인 투자를 진행한다. 


일례로 알리바바에서는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알리바바의 신용 평가 점수의 일정 기준을 넘으면 보증금을 면제받는다.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알리페이를 지원하기 위한 보증금을 면제받고 초기 자본의 부담금을 덜어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정부의 정책 지원과 실패에 관대한 환경이다. 중국처럼 네거티브 규제로 핵심 규제를 제외한 자유를 보장받으며 창업가들이 유연하게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두 번째로 스타트업의 기본값은 실패라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환경이라면 스타트업의 지속적인 발생과 성장이 어렵다. 


책에서는 텐센트를 소개한다. 텐센트의 대형 프로젝트는 모두 실패한다고 전한다. 그러나 절대 책임을 지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여 실패를 통해 배운 점을 공유하고 더 큰 성공을 유도한다. 아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 실리콘밸리도 항상 그렇다고 말한다. 구글도 그러하고 페이스북도 그러하고 실리콘밸리의 환경도 '실패에 대한 비난보다는 실패를 장려하고 이를 통해 무엇을 배워 그다음 더 큰 성공을 준비하는가'에 주목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미래를 사는 도시, 선전'은 선전의 발전 과정과 주요 중국 기업들을 소개한다. 마치 신문의 연재 시리즈를 한 권에 묶어 놓은 듯한 잘 빠진 중국 선전 소개 도서이다. 읽고 나서 '아, 그랬네?'하고 끝이 아니라 '그럼 선전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더 알아보고 싶은데? 선전이 낳은 기업 비야디가 궁금해. 선전에서 활약하고 성장하고 있는 주목할만한 기업들이 또 뭐가 있을까? 선전에 최초로 지은 무지 호텔은 어떨까?' 등 꼬리 질문을 만드는 좋은 입문서다. 말 그대로 중국 미래 도시 선전을 선전(Propaganda)하는 책이다. 나도 지금 바로 공부할 거다. 비야디의 성장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 선전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 더 살펴볼 것이다.


밑줄 친 구절


선전은 홍콩과 인접해 있어서 유통이 원활한 물류 중심지였고, 외지 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민 도시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 급속한 변화에도 대체로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어느 나라든 처음에는 다른 나라의 것을 참고하고 모방해서 제품을 만든다."라고 한다. 


리커창 총리의 발언은 창업을 통한 혁신이 향후 중국의 성장 동력임을 강조한 것으로, 텐센트와 알리바바, 바이두를 잇는 차세대 기업이 나와야 경제 부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민간이 전반을 주도하되, 정부의 역할은 환경을 만드는 것


정부가 선호하는 형태나 입장은 없다. (중략) 그건 시장 논리에 따르면 된다. 기업을 키우거나 넘기는 것은 창업자의 결정이다. (중략) 하지만 그것을 강조하거나 강요한 적은 없다. 


새로운 서비스라도 담당 기관이나 부서에서 감당할 수 있거나 공무원이 인식을 바꾸면 되는 부분은 허용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아쉬운 부분


첫 단원 '1. 선전과 함께 만드세요'의 끝부분이 아쉬웠다. 특히, '하지만 중국은 큰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데 익숙한 나라다. 이 계획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에서 납득하기 어려웠다. 중국과 도시 선전에 잘 모르는 독자로서, 중국이 큰 그림을 그리고 시간을 들여 완성한 사례도 없이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지지한다고 전해버리니 동감하기 어려웠다.


중국이 큰 그림을 그려 완성한 대표적 사례를 한 두 개 들어주고, 그렇기 때문에 국가 주도 인프라 조성 계획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면 좀 더 이해하고 동감하기 쉬웠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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