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전시회

한가람 미술관

by 까르도

현대 조각의 거장 ‘자코메티’ 전이 한국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린다. 지난 12월 31일 2017년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전시회를 방문했다.


조각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가 현대 조각의 지평을 새로 열었으며, 예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 금액을 기록했다는 점은 들었다. 전시회는 지난 르 코르뷔지에와 비슷한 구성과 디테일이 돋보였다.


운 좋게 도슨트의 가이드에 맞춰 방문하였고, 뒤따라 자세한 이야기와 작품 설명을 들으며 따라갔다. 그의 유쾌하고 유려한 설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고, 작품의 디테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자코메티 전시회는 유명한 걸작을 전시한 것이 아닌 그의 마지막 마스터피스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으로 구성하였다. 지난 르 코르뷔지에와 비슷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도 그의 일생을 순서대로 따라가며 건축 철학과 삶에 대한 자세를 이해하고 마지막 그의 마지막 집을 감상하면서 마무리 짓는다.


자코메티 전시회 소감은 크게 5가지 키워드로 나눌 수 있다.

1. 실존주의 2. 현대 조각 3. 아네트와 관계-여자관계 4. 동생 디에고와 관계 5. 전시회(미술관)에 대한 인사이트


1. 실존주의


유명한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극찬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는 일찍이 죽음을 경험하고, 일생에 세계 대전이 두 차례 일어났다. 시대가 그러했듯이, 인간의 잔혹성과 참혹함, 폭력성뿐만 아니라 도처에 널린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 이를 주목했다. 인간은 왜 사는가? 존재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던졌고, 아이러니하게 실존주의 철학과 예술이 꽃을 피웠다. 자코메티 또한 인간의 존재 목적에 주목을 하고, 그 고민을 자신의 작품에 담았다.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한다. 실패를 끊임없이 하며 가장 마지막 작품이 나의 최대 걸작이다.”라는 자세를 가진 자코메티. 그는 죽음은 항상 옆에 도사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항상 매일이 시작이며 마지막이라 하였다.


“나는 더 이상 삶이나 죽음에 대해 전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하지만, 이 어려움을 일생동안 안고 가며 실타래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노년에 이 예술가의 철학은 깊어졌다. “죽어간다는 것을 알면서 두 달을 사는 게, 모르면서 20년을 사는 것만큼이나 가치가 있을게 확실하거든, ‘그럼 두 달 동안 무슨 일하고 싶습니까?’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내 대답은 아마도하고 있던 것을 계속하겠지...


그는 인간의 존재 이유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에 담아내었으며, 자신의 철학적 소신에 맞게 평생을 살아온 진정한 예술가다. 엄청난 부를 얻음에도 7평 작은 작업실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매일 작업에 임하고, 작품에는 인간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2. 현대조각의 선구자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현대 조각의 거장이라 불린다. 그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자코메티 전 조각은 로댕의 그것과 비슷하게 크기가 실제 사물과 일치했다. 얼굴은 사람 얼굴 크기 그대로였으며, 몸은 사실적으로 역동적으로 그대로 가장 잘 담아내는 것이 잘 만든 작품이었다. 자코메티는 실존주의적 고민을 한 예술 거장답게 시선에 주목한다. 내가 보는 시선 그대로가 사실이다. 내가 본 그대로 담아내겠다. 이 고민은 15살부터 시작하였고 고집하였다.

“내가 본 대로 표현한다. 그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시선을 담은 작품으로 사람과 이 시대를 표현하겠다.”

“커다란 조각상은 작은 상을 확대시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대의 어떤 문명에서든 중요한 조각품은 오히려 크기가 작았죠.”


사실적, 역동적 조각상 속에서 거칠고 작고 긴 자코메티의 조각은 주목을 끌었고, 전후 아픔과 인간의 실존 이유에 대한 질문이 가득하던 시대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



3. 아네트-자코메티 그리고 예술가의 불멸


자코메티의 뮤즈 중 가장 중요하고 영향이 컸던 여인은 ‘아네트’다. 오랜 세월 그의 옆을 지켰으며, 작은 평수의 작업실에서 모진 뒷바라지를 도맡아 하고, 모델 역할도 수행했다. 자코메티의 조각 모델 역할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오랜 시간 가만히 있어야 하며, 어떠한 표정도 지을 수 없었다. 아네트는 군말 없이 수행하고 대신 그의 수많은 조각품의 모델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현명한 여인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따분하고 지루한 삶보다는 힘들더라도 빛나는 예술가의 옆에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삶을 원했다.


이때 나는 밀란 쿤데라의 ‘불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불멸에서 괴테와 베티나의 관계가 나온다. 한 시대를 풍미하는 거장의 옆에서 그의 불멸을 함께하길 바라며 끈덕지게 붙어서 안 떨어지려 한다.


자코메티와 아네트는 다르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관계를 보인다. 심지어 자코메티의 절친 일본인 철학자 아나히라가라(?)와 아내의 불륜 소식을 듣고 그는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녀가 행복해하기 때문에 자신은 보기 좋다고 말한다.


말년에는 젊고 아름다운 000을 만나 돈을 퍼주고 그녀를 여신화 하여 아네트가 염려하지만 결국 영광은 그녀에게 갔다. 자코메티는 거의 모든 재산과 저작원을 아네트에게 남겼고, 그녀는 평생 최선을 다해 관리했다.


4. 동생 디에고와 관계, 역할


화가 형 - 후원인 동생 관계로 유명한 반 고흐와 테오. 조각계에는 자코메티와 디에고가 있다.


동생 디에고는 몸이 불편했고, 일을 하다 잘 맞지 않아 방황했다. 형 자코메티가 파리에서 곧잘 조각 활동을 하고 있다고 형에게 와 조수 일을 하라는 청을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형제는 예술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끈끈한 신뢰와 사랑, 존경을 자랑한다. 심지어 세계 대전 중 자코메티는 피난을 가지만 디에고는 그의 여자 친구가 떠나지 못하자 함께 있는다는 구실과 함께 형의 작업실을 지키고 작품이 손상받지 않도록 돌본다.


동생 디에고는 비록 자신도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지만 항상 형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형 자코메티의 작품 활동을 평생 도운다. 그리고 전쟁통에 작업실을 지키기 위해 파리를 떠나지 않고 형의 작품을 밤새 지켰다. 그는 알았다. 비록 자신도 예술가지만 형은 대가다. 형의 마스터피스, 시대를 풍미할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자신도 일조한다는 것을.


5. 디뮤지엄과 한가람 미술관, 고전(거장)과 모던(카피)의 대립


뜬금없지만 자코메티전 도슨트가 말했다. "물론, 요즘 인증샷도 찍고 값도 저렴하고 사진과 복제품으로 재밌게 꾸민 다양한 전시회가 유행하지만, 이번 자코메티 전시회는 다릅니다. 3천억 원이 넘는 시가를 자랑하는 진품을 그냥 배치했으며 가만히 바라보며 날 것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자코메티 재단의 한국 관객에 대한 신뢰입니다. 부디 성숙한 태도를 보여주세요.


이 도슨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 집어내고자 하는 바는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디뮤지업 같은 경우 소셜 미디어 전략과 젊은 트렌트를 콘셉트로 빠르게 성장한 전시관이다. 젊은 예술가들의 사진과 작품을 다루고 내부에서 인증샷 및 촬영을 기꺼이 허용하고 권장한다. 반대로 한가람은 부디 자제해달라고 한다. 거장의 숨결을 보호해주세요. 그런 미술관과는 다른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세요.


누가 옳고 그르냐의 차이가 아닌 콘셉트와 다루는 예술의 차이에서 생겨난 차이 같다. 자코메티전을 통해 전시관별 콘셉트와 특징, 다루는 문화에 대한 시선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음 기회에는 이것도 챙겨서 생각하고 나올 수 있기를. 아직 판단과 생각을 하기에는 어리고 부족하다. 더욱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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