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불쾌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참고로 나는 영화리뷰를 스포와 줄거리 전체를 포함하여 작성한다. 이는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낀 점을 잊지않기 위해 기록함과 나와 같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생각을 나눠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작성하기 때문이다.
'이토록 불쾌할 줄이야.' 웹툰 원작에 탄탄한 줄거리 구성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듣고 영화를 감상하였다. 특히 '모히또가서 몰디브 한 잔 허지?' 이 대사로 더 사람들에게 알려졌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평점이나 줄거리, 주제 등을 미리 보지 않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는 순수한 내 주관과 느낌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랄까. 선물을 받고 남들이 무엇이라고 말하기 전에 순수히 모르는 상태에서 뜯고싶은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영화의 구성은 안상구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낸다. 먼저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조승우, 백윤식 등 캐릭터 그대로 녹아낸 연기에 감탄하였다. 너무나 지저분하고 불쾌한 재계, 정계, 언론계의 깊숙한 지배자들의 설계에 나도 절로 불쾌해지고 마치 있었던 사건으로까지 느껴졌다는 점이 무언가 씁쓸했다. 현실감을 지닌 픽션이랄까, 왠지 모를 있음직한 일이란 것이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기억에 남는 장면들과 내용들만 서술해보겠다.
먼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실 나는 감독의 장면구성에 쓸데없는 디테일한 부분을 보는 습관을 갖고있다.) 안상구가 복수를 시작하나 부하 박종팔의 배신으로 막 쫓길 때의 장면이다. 옥상에서 라면을 끓이고 입에 넣는 데 너무 뜨거워 다시 뱉는 장면이 있다. 왜 쓸데없는 장면을 기억하나 하지만 나는 내 맘대로 생각하겠다. 뜨거운 라면을 성급하게 입에 넣다가 데여 도로 뱉어내는 장면 바로 다음으로 안상구의 집에 도착한 박종팔과 무리들이 나오는 것은 이번 복수가 성급하고 마치 뜨거운 라면과도 같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 후 검사 우장훈과 손 잡은 후 다시 한 번 복수를 계획한다. 이 중간에 약간씩 느낀 점이 있다면 ( 아주 웃기다, 지극히 내 주관이다.) 검사 우장훈은 빽도 라인도 학연,지연,혈연 아무것도 없는 놈이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검사라는 갑의 입장에 있지만 노골적인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뻗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만이 대한민국의 정의를 부르는 것, 이게 바로 진짜 무서웠다. 고향, 혈연, 학연으로 얽히는 순간 그것의 단맛에 빠져버린다. 나같아도 그럴 것이다. 취업을 했는 데 상사가 대학 선배? 잘 풀릴 것이라 예상하고 충성하겠지. 하지만 우장훈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따를 라인이 없어 부장의 충견으로 성실하지만 번번히 가로막히는 승진에 그는 한 번 판을 뒤집을 것을 결심한다. 뒤집기 위해 이토록 맹렬히 이강희와 장필우를 잡으려 하지 않았을까? 가로막힌 승진을 이들을 잡는 실적으로 대검에 진출하기 위해서.
만약 영화와 다르게 우장훈에게 라인이나 한 명의 고향선배라도 있었다면? 그가 내부자들의 판을 뒤집을 정도로 달려갔을까?
영화는 말한다. 너희는 최소 하나의 라인, 인연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나? 무슨 고향, 무슨 고등학교 출신, 무슨 대학교 출신으로 얽히는 사회, 그러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오히려 극중에서 제일 비현실적인 캐릭터 우장훈 밖에 없지 않을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우장훈같은 캐릭터는 찾기 힘들다. 경찰 출신의 검사에 아무런 라인도 빽도 없는 사람.)
그런 그였기에 마지막에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안상구가 여의도판에라도 데뷔하지? 라고 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우장훈은 씁쓸한 미소만 머금는다. 이는 그가 이강희에게 제의를 하는 순간 그 말 한 마디에 대검에 바로 승진하고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권력의 막강함, 접대 파티에서 있었을 때의 짜릿함을 순간 자기도 모르게 즐기지 않았을까? 그 무서움에 자신이 번데기에서 나비가 될 지, 나방이 될 지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