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이라 쓰고,

사랑한 사람을 잃은 후의 인생이라 읽다.

by 까르도

이 영화는 내가 봐야지, 봐야지 미루다 결국 최근에 보게된 영화이다. 디자이너로 유명한 톰 포드가 처음으로 감독 데뷔한 작품이며 익히 동성애자이자(본인은 양성애자라 하였으나), 디자이너의 디테일과 감각이 담겨져있다고 들었다.


사실 톰 포트가 1960년대의 시대에 대한 로망과 향수를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배경선정부터 그 당시 그들의 잘 빗겨진 헤어와 깔끔하고 신사적인 스타일에 나도 반했으니. 쿨하게 담배를 태우는 여자들과 그것에 대해 거리낌없는 사람들, 문화와 패션이 풍요롭던 시절.


충분히 이 시대를 사랑할만 하다는 생각에 공감을 갖게 되었다.

주인공인 콜린 퍼스는 극 중 동성애자임에도 멋있었다.(죄송하다, 근데 멋있긴 멋있었다.) 지극히 이성애자인 내가 공감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불필요한 우려였다. 주인공을 빗대어 이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동성애자든 혹은 누구를 잃든, 그 사람의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존재를 잃어버린 후의 삶을 다룬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장면구성은 내내 대조적이었다. 콜린 퍼스를 비출 때는 흑백의 빛바랜 연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흑백이다 젊은 처녀 직원, 니콜라스 홀트를 비출 때 그 입술마저 빨갛게 빛날만큼 화면은 찬란해진다. 감독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또렷이 알 수 있도록. 그렇다. 감독은 콜린 퍼스는 과거를 그리며 살고 있으나 반대로 니콜라스 홀트는 현재,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살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서 이들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영화 속 배경 내내 콜린 퍼스는 자살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아니, 실천할 마음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살을 하려는 순간에도 사후에 비추어질 자신의 모습을 우려하는 모습은 아직 현실에 미련이 있다고 비추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니콜라스 홀트를 통해 멋진 깨달음을 깨닫고 권총을 서랍에 넣고 잠근다. 그리고는 가장 멋진 독백을 내뱉는다.

살다보면 아주 때때로, 삶이 굉장히 명료해지는 순간이 온다. 사물은 매우 선명하고 세상은 너무 새롭다. 그리고 정해진 것들이 온다.
정해진 것들은 온다. 오고야 만다.


마지막 이 말에 소름과 충격과 공감을 동시에 받았다. 사실 이 대사가 이 영화의 전부를 말한다. 삶의 의미를 잃었음에도 때때로 삶이 굉장히 명료해지는 순간이 온다. 사물은 매우 선명하고 세상은 너무 새롭다. 사실 이 문구는 영화 속에서 몇 번이나 비추어준다. 니콜라스 홀트를 바라볼 때, 테니스를 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볼 때, 직원의 빨간 입술과 금발 머리를 바라볼때. 너무나 새로운 느낌을 받았고 그것은 분명 매우 선명하게 보인다. 쿠바의 미사일 위험, 흑인 문화의 영향력 그런 사획적 이슈, 무거운 이야기를 할 때마저 콜린 퍼스는 테니스를 하는 젊은이들의 신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하지만 결말의 죽음과 같이 정해진 것들 또한 변함없이 온다. 오고야만다.


사실 끝나자마자 든 생각이 주인공 조지가 불쌍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세상의 새로움을 다시금 깨달았을 때 죽음을 맞이하다니 라고 생각했으나 조금 지나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그것을 깨닫은 것이 어디야?' 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과 세상을 새롭게 볼 줄 모르는 상황이다. 나는 지금 삶의 감동과 소중함을 알고 난 뒤에 죽음을 맞이한 것도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저대로 그냥 자살했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비참할지를...


이 영화는 다시금 인생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환기시켜줬다. 사실 예상치도 못한 교훈이었다. 고맙다 톰 포드. 멋진 감각의 디테일과 패션스타일을 통해 눈을 즐겁게 했으며 깊은 의미도 전달하는 영화였으니.

+ 아, 내가 좋아하는 소설인 '그리스인 조르바' 가 생각났다. 다시 읽고 리뷰를 올리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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