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by 송양파

또 보자- 라고 말하는 순간에는 모른다.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멀어짐의 순간은 그렇게 고요하게, 이미 와버린줄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자각할 때, 마음은 폐허가 된 듯 쓸쓸하고 공허하다. 꼭 지진이 마음을 무너뜨리고 간 것처럼.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순간에는 아프고, 그러다가도 결국에는 다시 또 잘 산다. 무너지고 깨어지고 상처 받아도 결국엔 잘 산다. 다른 사람이 되어 다시 또 살아간다.


남는 건 그것 뿐. ‘너와 내가 만나고, 헤어지면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렇게 새로운 삶을 다시 또 살아간다. 그래서 결국엔 해피 엔드(end)가 아니라 해피 앤드(and).



오프닝, 제목의 글씨체가 변환될 때,

‘아, 나 이 영화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그 예감이 이번에도 기어코 맞아떨어졌다.


처음에는 음악이 좋았다. 강렬하지만 섬세한 사운드가 참 좋았다. 음악과 진동, 그리고 무음을 그려내는 방식이 좋았다.


그 다음에는 시선이 좋았다. 인물들을 화면 구석에 몰아넣는 연출이라던지, 빛을 담아내는 방식이라던지, 강박적일 정도로 딱 맞아떨어지는 구도라던지… 감독의 시선 속에서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떠올랐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 다음에는 주인공들의 모습, 부유하는듯 확고한 그들의 모습이 좋았다.

(어딘가 공허한 듯해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있고, 내내 소리지르다가도 침묵하는) 각자와,

(사랑하지만 결코 하나가 될 순 없고, 영원할 것 같다가도 마침내 끝이 나버리고 나는) 서로.

각자와 서로 사이의 경계, 그리고 관계.


결국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영원한 관계란 존재할 수 없기에.

그래서 코우가 유타를 밀치는 순간, 관계가 끝나는 순간을 잠시나마 정지해준 감독이 고맙다.


코우와 유타는 또 만날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어쩌면 아무런 쓸 데가 없는지도 모른다. 코우와 유타는 결국 잘 살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또박또박 살아 나갈 것이다.


유타는 코우에게 빚을 남기고 떠난다. 코우는 유타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함께 성장했다. 코우는 목소리를 내기 전, 한번쯤은 유타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유타는 코우를 떠올리며 세상에 발을 붙이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코우와 유타는 결국 잘 살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또박또박 살아 나갈 것이다.


나를 스쳐지나간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간 나. 그들과 나는 만났고, 그리고 헤어졌고, 그래서 지금의 각자와 서로가 있다.


나의 면면들은 모두 그러한 시간들이 만들어준 것. 그렇기에 나는 혼자 또 같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가 있다.


관계의 중심에는 내가 있지.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내가 발 붙인 세상과 소통한다. 그렇게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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