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아일기

조급함과 불안함에 관하여

by ama

하 이불에 또 오줌 쌌네.


아이가 밤기저귀를 뗐어야 한다고 생각한 시기가 지났다.

스스로 변의와 요의를 말하며 화장실에 간 지는 꽤 되었는데, 밤에는 쭉 기저귀를 채웠다.

문득 이제 밤기저귀도 떼야지 생각하고 방수패드를 깔고 자기 전에 피피하고 오라며 화장실로 보냈다.

일주일가량 노 기저귀로 뽀송한 이불에서 아침을 맞이하나 싶더니 아이는 매일매일 오줌을 쌌다.

자기 전에 물은 또 얼마나 먹는지


자기 전에 물도 끊어보고, 아이에게 오줌 싸면 창피한 일이라고 으름장도 놓았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고 3일 연속 이불 빨래를 하던 나는 폭발했다.

화가 나 아이에게 씩씩거리는 내게 남편이 아이가 일부러 오줌을 누는 것도 아니고 방광이 작아서 그런 것 아니겠냐며 무슨 지나가는 행인이 위로하듯 기저귀를 다시 채우라고 했다.


나도 안다.

아이가 우리 엄마 엿 먹을 때 됐어, 하고 일부러 이불에 소변을 누는 건 아닐 거고

기저귀 차고 대학 가는 아이 없다는 말처럼 때 되면 밤에 오줌을 참게 하는 호르몬인지 뭔지가 나와서 안 싸는 날이 오겠지.

그런데, 매일매일 이불 빨래하는 수고는 둘째치고 다른 발달 과업엔 이르다 싶을 정도로 잘하던 아이가 유독 밤기저귀를 떼지 못하니 조급함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도 남의 집 애가 이런 일이 있다, 발달이 늦되다 싶으면 인자하게 웃으며 때 되면 다 해요 하고 부처님 미소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가 다른 애들 다 하는 걸 못하고 있다고! 이 시기 아이들은 다 밤기저귀를 떼고 내복만 입고 잔다고요.


남편은 원래 크게 감정기복이 없고 일희일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아이에게도 일관적인 태도를 보이는 편이다. 내게는 부족한 면이라 남편의 그런 점을 좋아하고 필요한 면이라 여기지만 아이의 발달을 두고 공자 왈 맹자 왈 남의 집 애 얘기하듯 무심한 말에 기분이 상했다.

비단 밤기저귀뿐만 아니라 아이의 이유식 습관, 식탐 문제, 유치원 문제 등 육아의 디테일에서 내가 동동 거릴 때 남편은 무관심해 보였다.

저 남의 새끼 키우는 거 아니고 네 새끼 키우는 겁니다만?

그것도 나보다 아빠를 더 쏙 빼닮은 너님 미니미를요.


아이를 재우고 맥주 한 잔 하던 밤.

남편은 요 며칠 다소 뾰로통해 보이는 나를 살살 구슬렸다.

“나는 당신이 **이 키우는 방식 다 존중해. 여보가 주양육자로서 참 잘 키우는 것 같아. 나라면 못 그럴 거야.

밤기저귀는 여보가 너무 스트레스받는 것처럼 보여서 그렇게 말한 거야.“

팔랑 귀에 마음 그릇이 간장 종지만 한 나는 그새 마음이 풀려서 대꾸했다.

나도 여보가 하는 말이 맞다는 거 알아, 머리론. 근데 마음이 자꾸 불안해서 그래.

혹자는 아빠들이 육아 참여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알기 힘든 엄마들의 영역이 있다고 했다.

기저귀를 고르고 재고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부분,

이유식의 농도 등을 고려해 만들 거나 사거나 그리고 좀 커서는 유아식 식단을 짜는 부분,

발달 단계에 맞는 놀잇감, 책 등을 사는 부분이랄지

그저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게 아니라 육아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 제반의 일.

희한하게도 그런 일은 대부분 엄마의 몫이다.

맘카페 등 육아 커뮤니티의 주 활동자를 봐도 그렇고 타이거맘, 헬리콥터맘 등 각종 별칭들도 주로 엄마를 가리킨다.

나도 남편 못지않은 쿨가이인데 육아 문제에선 날이 서 있음을 인정한다.

범람하는 육아 정보와 각종 육아용품 팔이들의 불안 마케팅 속에 아는 게 독이고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한다.

비교는 지옥이라 여겨 SNS 역시 멀리한다.

하지만 내가 아이더러 상위 1%를 차지하라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남들 하는 만큼 평범한 중간값의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건데 아이의 젖은 바지와 이불이 오늘도 걱정의 무게를 더한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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