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의 육아는 왜 힘들까?
"엄마랑 많이 싸울걸?"
친정에서 한동안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예언 반 조언 반으로 많이 해준 말이었다. 엄마와 난 절친이노라 자부하는 나는 이 말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하고 떠오른 사람은 남편 그다음이 친정엄마였다. 갓난아기를 혼자, 그것도 타지에서 볼 자신이 없었다. 그 누구보다 친정엄마가 필요한 초보 엄마인 나는 비빌 언덕이 필요했다. 남편에게 서프라이즈로 임테기 두 줄을 확인시켜 준 후에도 아직 확실치 않으니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하기 전에는 양가 어른들께 성급히 말씀드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친정엄마는 귀신이었고, 딸이 약한 감기 기운에 코맹맹이 소리를 하면서도 약은 먹지 않겠다는 말에 바로 눈치를 챘다. 그때 꾼 꿈이 태몽이었구나. 돌아가신 엄마의 엄마, 할머니가 처음으로 꿈에 나와 포대기를 건네준 꿈 이야기를 했다. 딸에게 임신하라는 압력이 될까 봐 말을 아끼던 터, 임신을 눈치챈 엄마는 "이제 고생 시작이네" 하고 걱정 반 축하 반을 건넸다.
더 지나면 비행기를 탈 수 없다는 임신 30주 차,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배 부른 딸을 위해 부모님은 인천공항까지 몇 시간을 운전해 마중 나오셨다. 준비성 철저한 엄마는 하나하나 사모았다며 출산 육아 용품으로 가득한 집을 공개했다. 오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하고(당시 팬데믹 막바지였다) 산부인과에 남편 대신 엄마와 다니기 시작했다. 비싼 돈 내고도 불친절한 유럽 병원과 달리 역시 한국의 의료는 최고였다. 꼼꼼하고 잦은 초음파 진료에 익숙해졌다. 검진이 끝나고 엄마와 카페도 가고 데이트를 즐겼는데, 엄마는 그동안 딸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는데 나도 배불뚝이 딸이랑 이런 데 다녀보니 좋다고 하셨다. 점점 불러오는 만삭의 배를 보며 마치 예전 생각이라도 나는 듯 감회가 새롭다고 했고, 행여 자다가 쥐라도 날까 봐 잠자리까지 살뜰히 챙겼다. 막달에 이르러 배는 무겁고 소양증 비슷한 증세가 찾아와 불면의 밤이 이어지자 손주는 반갑고 좋은데 내 딸 몸 망가지고 힘든 거 보니 마음 아프다고 했다.
"왜 애를 울려?"
엄마와 싸울 거라는 경고를 몇 차례 들어서일까, 엄마에 대한 전적인 믿음 때문일까, 나는 육아에 관한 주도권을 엄마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해줄까. 육아에 정답이란 없고, 내 집이 아닌 친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은 엄마의 방식에 따르기로 말이다. 다른 데선 주관이 뚜렷한 데 반해 육아엔 그렇지 않았던 나와 여기저기서 들은 말이 많고 경험도 많은 엄마는 싸울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하루 외박을 할 일이 생겼고 그동안 혼자 아기를 본 적이 없는 나는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잘 다녀오시라 인사하며 괜찮은 척했다. 외출 후 돌아온 엄마는 하루 만에 만난 아기를 반기며 말했다. **이 많이 울었구먼, 왜 애를 울려?
밤새 아이와 나의 독대에 두렵기까지 했고 부모님이 와 안도의 한숨을 돌리려던 차, 저 말이 그렇게 섭섭했다. 내가 아기를 울리려 일부러 꼬집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엄마 노릇에 서툴고 모성애가 그렇게 넘치는 엄마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도 내 애가 우는 건 싫다. 당시 엄마의 핀잔에 바로 대들진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후 엄마의 육아방식에 조금씩 반감이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울리지 않으려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아이의 울음에 어쩔 줄 몰라하는 면이 눈에 들어왔다. 울지 않고 크는 아이가 어딨으며 스스로 자제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는 나와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 급급해했다. 부모님이 내가 사는 곳으로 여행왔을 때도, 휴대폰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몰래 보여주다가 내게 눈총을 맞은 것도 여러 차례. 미디어 노출 안 한다니까! 하고 짜증을 내는 내게 엄마는 넌지시 말했다. 네 아버지와 내가 애를 달랠 줄 몰라서 그래. **이가 좋아하니까 다 해주고 싶네.
자식을 키울 땐 모르던 것들이 손주를 보니 그저 예쁘기만 하고 뭐든 다 해주고 싶단다. 엄마는 가끔 손주가 우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면 일부러 지운다고 한다. **이가 우는 걸 보는 게 가슴 아프다고. 처음 마음가짐처럼 육아엔 정답이 없고, 엄마에게 맡기는 이상 믿어야 하고 왈가왈부 입을 대면 안 되는 거다. 나만큼이나, 아니 나보다 더 내 아이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