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문이 열렸던 아침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나는 바로 내리지 못했다.
복도에는 나 말고 모두가 현지인이었다.
잠깐 멈춰 서 있었을 뿐인데
시선이 한 번에 내 쪽으로 모였다.
공포 스릴러 영화 '겟 아웃'에서
여자친구가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때,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쳐다보는 불쾌한 장면.
그걸 떠올리면 정확했다.
괜히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카드키를 찍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
그제야 안도감이 느껴졌다.
이제 좀 쉬겠구나 싶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코로 들어오는 냄새가 먼저였다.
곰팡이 냄새였다.
방 안 공기는 눅눅했고
작동하지도 않는 에어컨 소리만 크게 들렸다.
침대 시트는 마르지 않은 천처럼 축축했다.
너무 피곤했는데,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 그래도 일단 씻자. 그럼 자고 싶어 지겠지.’
이럴 때 쓰려고 늘 들고 다니던 침낭이 있지.
잘했다, 과거의 나.
화장실로 가서 샤워기를 틀었다.
잠시 뒤 물줄기를 보고 손을 멈췄다.
투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황토색에 가까운 노란 물이었다.
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샤워기를 잠그고 세면대 위의 생수병을 집었다.
혹시 몰라 집에서 1.5리터 생수 네 병을
캐리어에 넣어왔었다.
그날 밤 나는 그 생수로 씻었다.
물을 이렇게 아끼면서 씻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꿉꿉한 공기는 어쩔 수 없었지만
침낭 속은 어느 곳보다 믿을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잤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떴을 때가 아침인지 저녁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복도에서 분주한 발소리가 들렸다.
아, 아침이구나 싶었다.
가수면 상태라 눈은 뜨지 못하고
청각만 예민해져 있었다.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더 자고 싶어서
침낭 안으로 몸을 더 파고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옆방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 번, 두 번, 계속 이어졌다.
‘저 사람도 많이 피곤한가 보다…
근데 너무 시끄러워… 제발 문 좀 열어줘!!’
인상을 찌푸린 채 다시 눈을 감았다.
잠시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들렸다.
“하우~~ 스 키~핑!!”
나는 눈을 떴다.
수도 없이 울렸던 노크 소리와 방문이 열리는 소리는
옆방이 아니라
내 방문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