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빨리 어른으로 만든 비행 6️⃣(마지막 편)

6편, 그냥... 계속 달리세요

by 비트윈랜딩

셔틀 비행의 도착지는
그 나라의 작은 소도시 공항이었다.


큰 국제공항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나자
곧바로 현지 클리닝 팀이 기내로 들어왔다.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와
청소를 시작했다.




한 남자가
계속 뛰어다니며 일을 했다.


갤리에서 다음 비행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몇 번이나 그 사람과 부딪힐 뻔했다.


그래서 말했다.


"익스큐즈미... 뛰지 말아 주세요.”


그 남자는 바로 멈췄다.


그리고 그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였다.


어떤 냄새라고 딱 정의하기는 어려웠지만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는 종류의 냄새였다.


나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리고 바로 말했다.


“... 아니에요.”


잠깐 멈췄다가 다시 덧붙였다.


“그냥 계속 달리세요.”


그 남자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클리닝 팀 몇 명이
갤리 쪽으로 다가왔다.


남은 음식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다.


“Food?”
“Me! Me! Give!”


큰 국제공항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남은 빵 하나를 건네주자
그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컸다.


“우아아아아!”


나는 잠깐 멈칫했다.


그리고 기내로 들어가
여분의 베개 커버 하나를 꺼냈다.


다시 갤리로 돌아와
남은 빵, 과자, 음료, 물을
하나씩 그 안에 넣기 시작했다.


그들의 상사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생각보다 많이 넣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던
우리 부사무장이
가만히 웃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표정은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 잘했다.'


나는 베개 커버를
그 클리닝 팀 중 한 명에게 건넸다.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갤리로 돌아왔다.




셔틀 비행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몸은 거의 탈진 상태였다.


그래도 대부분의 일정이 끝났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도했다.


그날 저녁
나는 힐튼 호텔 뷔페에서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음식을 골라 담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선택이
며칠 동안 나를 괴롭히게 될 줄은.




셔틀 일정까지 모두 마친 뒤
우리는 다시 우리 항공사의 베이스로 돌아가는 비행을 했다.


그 비행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집으로 완전히 퇴근할 수 있었다.


현관문을 닫는 순간
몸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렸다.


그리고 그날 밤,
내 몸이
뭔가 이상하게 바빠지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자마자
다시 화장실을 갔다.


이틀 동안
나는 침대와 화장실 사이를
진짜 셔틀 비행처럼 오갔다.


위에서도 난리가 났고
아래에서도 난리가 났다.


말 그대로
양쪽에서 동시에 운항 중이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물을 마시면
잠깐 들어왔다가
바로 다시 나갔다.


결국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겨우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걸어가다가 갑자기
눈앞이 하얘졌다.


‘아... 나 여기서 쓰러지겠는데?’


벽을 짚고 잠깐 서 있었다.


약 8억 번 정도 반복한 끝에
동네 병원에 도착했다.


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물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나는 나라 이름을 말했다.


의사는 잠깐 나를 보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저었다.


“거긴... 조심해야 하는 곳이에요.
다음에는 웬만하면 안 가셨으면 좋겠네요.”


나는 잠깐 웃었다.


‘나도 내가 원하는 곳만 가고 싶어요...’


이 사람은

그 시스템을 모르니까.



그 비행 이후
나는 호텔 방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문고리를 건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 이후로도
가끔 회사 공항에서
그날 함께 비행했던 멤버들을 마주친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다.


그냥 서로를 보면
잠깐 웃는다.


“아...”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다 안다는 듯한 눈빛으로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각자
다음 비행으로 걸어간다.


공항에서는
그렇게 지나가는 인사들이 있다.


어떤 비행을 함께 겪었는지
서로 다 알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인사.


그리고 그 비행은
나를 가장 빨리 어른으로 만든 비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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