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영화 '아이리시맨'을 보고 쓰다.

by 한관

3시간이 넘는 마피아 영화계의 어벤저스가 나왔다.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그리고 조 페시가 나오는 이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아이리시맨은 마틴 스콜세지가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 도사들의 웰메이드 영화다. 난 마피아 영화를 챙겨보는 타입은 아니지만, 영화계의 거장들이 모여 만든 이번 작품을 안 볼 수는 없었다. 특히 젊은 시절의 배우들 모습이 나온다는 소식은 나의 기대감에 부채질을 했다. 난 이제 다른 영화들은 큰일 났구나, 올해는 아이리시맨이 다 쓸어가겠구나, 라는 걱정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영화는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전개되는 미국의 근현대사 속의 마피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전쟁 이후 미국의 모습은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동시에 워터게이트 사건이나 케네디 암살 사건 등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로 혼란 속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일하고 있었던 다양한 이민자들은 여러 가지 차별을 받고 있었다. 마피아는 이런 노동자들을 보호해주는 대신, 사회 곳곳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평범한 트럭 기사였던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는 우연히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라는 마피아와 만나 인연을 맺게 되고, 그의 하수인으로 일하며 신임을 얻게 된다.



그리고 지미 호파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이 만든 노동조합을 다른 단체로부터 보호하고 자신의 권력을 위해 러셀과 손을 잡은 인물이었다. 프랭크는 그와 일하면서 인정을 받게 되지만 지미가 밀고 있던 닉슨이 대통령에 떨어진 이후 여러 곤란한 일을 겪다가 감옥에 가게 되었다. 출소 이후에도 위원장 자리를 되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러셀의 명령을 받은 프랭크에 의해 살해된다.



지미 호파 살인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이었지만, 정작 작품에서만 프랭크 시런이 그를 살해했다고 밝힐 뿐 원래는 미제 사건이다. 영화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살해 사건은 대부분 마피아의 짓이었는데, 러셀의 신임을 받은 프랭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미 호파와 러셀의 갈등 사이에서도 최대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중립적인 성향의 인물이면서도, 러셀의 명령을 받으면 망설임 없이 바로 처리하는 대범함과 잔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그가 저지른 모든 일들에 대해서 면죄부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행동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랭크가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딸을 해코지한 사람을 찾아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복수한 프랭크의 폭력성은 당연히 가족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일 때문에 그가 자식들과 멀어지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탈리아의 마피아들은 대부분 가톨릭을 믿고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신 앞에 고백하고 죄를 뉘우치면 연옥에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러셀이 마지막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 그가 교회에 가는 모습은 이런 사실들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다면 프랭크 시런 또한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마피아 영화의 대부분은 권선징악이라는 클리셰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영화들은 어떤 인물이 대부분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으로 그들을 단죄해왔다.



하지만 마틴 스콜세지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단죄를 설명하기 위해 감독은 영화의 모든 갱스터 관련 인물 옆에 그들의 최후에 관한 메모를 넣었다. 그리고 감독은 프랭크 시런의 말년을 따라간다. 갱스터 영화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반감시킬 수 있는 시각적 요소를 삭제한다는 일은 그에게도 모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늙어서 자기 몸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이나, 어렵게 찾아간 딸에게 외면당하는 아버지 프랭크의 모습을 보면 영화의 메시지는 오히려 명확해진다.



영화는 평생 마피아의 명령과 그로부터 비롯된 신념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아온 프랭크의 마지막을 비추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그가 머무는 요양원의 어느 방을 바라본다. 이미 다 늙어버려 간호사의 도움 없이 움직일 수 없는 그가 보인다. 건강 체크를 다 마치고 나가는 간호사에게 그는 문을 닫지 말고 조금 열어두라고 한다. 그렇게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보이는 프랭크를 담은 카메라는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응시할 뿐이다. 그의 마지막 눈빛은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습니까?



+)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났다. 봉준호 감독이 전대미문의 4관왕을 달성했고, '기생충'은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그는 소감을 말하던 중 마틴 스콜세지에 대한 존경을 표시했는데, 주변의 모든 영화배우들과 감독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영화계에서 그의 위상이 어느 정도였는 지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마틴 스콜세지의 수상을 바랐던 나로서는 좀 아쉬운 결과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정통 마피아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앞으로도 감독님이 오랫동안 영화를 만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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