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과연 행복을 가져다 줄까?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보고 쓰다.

by 한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미래의 과학 기술’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린 적이 있었다. 친구들은 의료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들이 더 오래 살고, 우주선으로 사람들을 화성이 보낼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아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등의 그림을 그렸다. 그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결과적으로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는 메시지는 같았다. 하지만 정말 기술이 발전할수록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까? 혹시 불행해지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라퓨타’는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전설의 공중 도시 ‘라퓨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 ‘파즈’와, 비행석을 악당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도망치는 소녀 ‘시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즈와 시타는 군대로부터 도망쳐 나온 후, 해적단과 함께 라퓨타를 찾아 떠난다. 마침내 그들은 라퓨타를 찾게 된다. 하지만 군대와 비밀 조직의 욕심으로 인해 위험에 처하자, 시타는 도시를 파멸시키는 주문을 외우게 되고, 파즈와 함께 다시 지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지상의 사람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했던, 도시를 날게 하는 비행석은 자신의 비밀을 간직한 채 우주로 영원히 날아가 버린다.



전설의 도시 ‘라퓨타’는 일종의 유토피아였다. 도시는 엄청나게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떠다니며 위세를 떨쳤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도시가 파괴된 후 라퓨타 사람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살게 된다. 하지만 지상에서 살던 사람들은 그 이후로도 도시의 힘을 갈구했다. 정부는 라퓨타의 힘을 손에 넣는다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야망에 사로잡혀 조사를 시작했고, 모든 비밀의 열쇠가 바로 시타가 가지고 있는 비행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라퓨타’를 찾는 사람들이 모두 그런 생각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파즈는 순수한 이상을 가지고 있던 소년이었다. 군대와 비밀 조직이 라퓨타의 기술과 보물을 탐내는 것과 달리, 그는 그저 아버지가 사기꾼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려 할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라퓨타에 도착하게 되는 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파즈와 시타는 폭풍우를 뚫고 라퓨타에 도착할 때, 나무가 도시를 휘감은 상층부에 도착한다. 하지만 군대는 그들과 달리 도시의 기술적 정수를 담고 있는 라퓨타 하층부에 도착한다. 이 장면에서 난 궁극적 기술과 힘에 대한 군인과 비밀 조직의 비뚤어진 열망과 자연을 품고 살아가려는 시타와 파즈의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은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한때 기술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궁극적인 유토피아를 꿈꿨다. 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고, 인간 이성으로 인한 제도들의 정비로 과거와 달리 인간 사회가 안정을 찾게 되자, 사람들은 언젠가 완벽한 사회가 완성될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되었다. 자연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그들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연을 도구로 삼게 되는 유토피아는 자유와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엄청난 파괴를 불러일으켰다. 두 차례의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불러일으켰고, 자연의 파괴는 또 다른 인간 생활의 파괴를 가져왔다. 발전은 생산을 증대시켰지만 그로 인해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억압했고, 이는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라퓨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알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타가 무스카에게 위협을 받을 때, 그녀는 라퓨타가 왜 멸망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이뤄냈지만, 그 결과는 또 다른 갈등과 문제를 가져올 뿐이라는 사실을, 자연의 파괴는 결국 공멸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타는 알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라퓨타는 떠다니는 하나의 디스토피아였다.



기술이 인간에게 궁극적인 행복을 가져다주는가?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지금 같은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AI의 발전으로 모든 공장이 자동화되고, 생명 공학의 발전으로 장기를 복제할 수 있게 됐으며,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기술이 점점 발전하는 이 시대에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기술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편리함을 가져오지만, 마찬가지로 이전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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