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동심을 간직하는 어른들에게

영화 '추억은 방울방울'을 보고 쓰다.

요즘 넷플릭스는 거의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을 보는 재미로 들어가는 것 같다. '붉은 돼지',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바다가 들린다' 같은 명작을 다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작품인 '추억은 방울방울'은 넷플릭스에서 처음 접한 작품이었다. 워낙 이전에 포스팅한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에서 다른 지브리 시리즈에 비해 인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게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타에코가 휴가를 받아 시골로 떠나는 모습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 그리고 그녀의 초등학교 시절 회상을 담고 있다. 어렸을 때 다녔던 학교에서의 추억과 가족들과의 일들을 떠올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는 예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지?'라는 회상에 빠지게 된다. 나는 그때 그 일이 왜 그렇게 서러웠는지, 또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그녀는 시골 생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자라 도쿄에서 일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모두 도쿄 토박이었던 그녀의 상황을 보면, 시골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타에코는 그렇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어느새 시골집에 도착한다. 큰언니의 시댁이었던 그곳에서 그녀는 친절한 귀농 청년 토시오와 함께 휴가 동안 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낸다.

떠나기 전 마지막 날에, 그녀는 그 집의 할머니에게 토시오와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을 듣는다. 결혼에 대한 막연한 생각뿐, 정작 그렇게 진지한 제안을 처음 받아본 타에코는 혼란스러워하며 집을 뛰쳐나온다. 하지만 너무 멀리 나온 그녀를 토시오가 다시 데려오는 길에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전보다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여전히 의문점으로 나왔던 남자아이에 대한 행동에 대해서 토시오는 답변을 해주고, 그 대화 속에서 그녀는 문득 그가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결국 떠나는 기차 속에서 타에코는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좋아하던 시골집과 토시오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굉장히 따뜻하면서도, 장면마다 자신을 대입해서 공감할 수 있었던 부분이 많은 영화였다. 그래서 사람들로 하여금 영화 중간마다 추억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영화의 힘은 감독인 '다카하타 이사오'로부터 나온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린이의 순수한 감정과 고민들을 표현해내는 그의 능력 덕분에, 영화는 일본 아카데미 화제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뤄내기도 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타에코가 웃을 때 나오는 주름 표현이 조금 어색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나면 단점이 없는 작품이었다. 관객의 힐링을 책임지는 지브리의 음악과 감성,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영화를 감상하고 싶다면 이번 '추억은 방울방울'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