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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관 Feb 29. 2020

이번 겨울에 볼 만한 해외 드라마 BEST 5

Feat. 넷플릭스, 그리고 왓챠

나는 드라마를 잘 안 본다. 영화는 2시간 내외로 끝나지만, 드라마는 1편 당 1시간이 기본이고, 오래된 드라마는 시즌 7,8까지 이어져서 다 보기가 너무 벅차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결제하고 2년이 지난 지금, 내 시청 기록의 절반은 거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미드, 그리고 영드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국의 모든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각자의 '최애 드라마'들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던데, 나도 그분들만큼 열성적인 넷플릭스 빠는 아니지만 한 번 추천해보려 한다.




1. 나르코스

마약에 관련된 드라마는 '브레이킹 배드'와 이 드라마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르코스의 몰입도가 더 좋았던 것 같아 추천한다. 실제 1980년대 콜롬비아의 유명 마약상인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모델로 삼은 나르코스 시리즈는 크게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인 메데인 카르텔과 칼리 카르텔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다. 나르코스 멕시코 시리즈도 따로 존재하지만, 내가 아직 못 봤다는 게 함정..


파블로는 당시 콜롬비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입을 올리는 마약상이었다. 오죽하면 매년 엄청난 현금다발이 창고에 있는 쥐들 때문에 사라질 정도로 그는 코카인 암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이었다고 한다. 마약을 팔아 얻은 어마어마한 재력과 그를 이용하여 권력을 붙잡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메데인 카르텔, 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국 마약 단속국 DEA와 자경단 로스 페페스의 추격전,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당시의 콜롬비아의 모습들은 나르코스 시리즈가 왜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는지 알려준다.




2. 하우스 오브 카드

미국 백악관의 모습을 다루는 드라마는 많다. '소설 네트워크', '뉴스룸'의 각본가 애런 소킨의 역작인 '웨스트윙',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방영한 '60일 지정 생존자'의 원작인 '지정 생존자'등 정치를 주제로 한 드라마들은 언제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동시에 팬층도 두텁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가 웨스트윙이나 지정 생존자와 차별화되는 점은 바로 분위기에 있다. 두 드라마는 정치의 이상적인 면을 좀 더 부각하는 면이 있다. 특히 지정 생존자의 경우, 테러로 인해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모두 목숨을 잃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양당의 갈등이 거의 없어진 수준에 이르렀다. 웨스트윙 역시 대통령은 청렴 그 자체이며, 정적들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종의 이데아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프랭크 언더우드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정치를 위해 태어난 인간처럼 보인다. 민주당 하원의원이자 당내 총무의 자리에서 대통령까지 올라가는 그 모든 과정에서 프랭크는 정치의 비열함과 권모술수, 정적 제거 등 정치에서 볼 수 있는 더러움을 패키지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빌 클린턴이 미국 정치의 현실이 이 드라마에서 나온 모습과 유사하다는 말을 케빈 스페이시에게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은 덤. 여하튼 각종 정치 드라마의 이상주의와 뜬구름 잡기에 지친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있다면 이 드라마를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3. 지정 생존자

그렇다면 지정 생존자는 왜 추천했냐고? 그 이유는 바로 정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와 스토리의 전개 때문이다. 물론 백악관을 폭파시키고 대통령을 노린다는 설정은 예전부터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그런 영화의 대부분은 어떤 영웅이 결국 대통령을 구하고 테러로부터 나라를 구한다는 식으로 결말이 맺어졌다. 그에 비해 지정 생존자는 사고 그 이후를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폭탄 테러로 인해 대통령과 거의 모든 정부 주요 인사들이 사망하자,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이었던 톰 커크먼은 지정 생존자 제도로 인해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된다. 경호원들에 의해 백악관에 도착한 그는 정신없이 대통령 선서를 하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가방 사용법을 안내받고, 지하 벙커에 들어가 참모들에게 명령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



내용은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된다. 테러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국정을 수습해야 하는 톰 커크먼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각종 결정을 내리는 과정들이 첫 번째고, 테러의 진짜 범인과 그 배후 세력이 누군지 밝혀야 하는 FBI 요원 한나 웰스의 비밀 수사가 두 번째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정치 드라마를 보면서도 수사물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치 드라마이면서도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내용과 수사물의 긴장감을 즐기고 싶다면, 지정 생존자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4.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성 상담사인 엄마의 영향 때문에 지식은 많지만, 정작 자신의 트라우마는 해결하지 못하는 소년 오티스가 학교 친구들에게 상담을 해주면서 스스로 문제를 극복해나간다는 이야기. 한국에서 만든 성에 대한 콘텐츠는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겠지만, 이 드라마만큼 파격적인 소재와 오티스의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 다양성을 풀어내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티스와 친구들뿐만 아니라 상담을 받는 모든 주변인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다. 너무 가부장적인 가정으로 인해 압박을 느끼는 애덤,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메이브, 자신의 성적 취향으로 인해 각종 비난과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에릭 같은 친구들은 외부적인 시선으로부터 당당해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시즌 1을 다 보고 나면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파격적인 내용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가볍지만 진지한 고민을 해보고 싶다면 이 드라마를 권해본다.



5. 밴드 오브 브라더스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아닌 왓챠에서 서비스한다. 되도록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는 작품 위주로 고르고 싶었지만, 셜록 이후 처음으로 가장 재밌게 본 드라마이기 때문에 꼭 목록에 넣고 싶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D-DAY부터 종전까지,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지 중대원들은 모든 전투에서 큰 활약을 한다. 태평양 전선에서 일어난 전투들을 주로 하는 '더 퍼시픽'과 비교해봤을 때 상대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덜 강조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참전 용사들의 회상씬과 더불어 미국식 전쟁 영웅과 전우애를 부각하는 내용이 있을 뿐, 그것들이 기본적으로 전쟁의 참상과 인간의 생명에 대한 고찰을 빠뜨리지는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전쟁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 자체의 중요성과 전투의 참혹함은 전쟁 관련 드라마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와 게임들이 영감을 받아 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첫 에피소드 역시 이 전투를 시작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101 공수 부대의 이지 중대원들은 비록 수많은 전투 속에서 동료를 잃어도 전우애를 보이며 살아남는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독일군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중대원들의 모습을 보면 나 역시도 전쟁과 인간에 대해서 재고하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본 해외 드라마 best 5를 모두 소개했다. 사실 드라마는 절대적인 재미의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재미있었던 인생작이 다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나 전쟁 관련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이기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하우스 오브 카드'를 넣었다. 그 외에도 '웨스트 윙'이나 '더 퍼시픽', '오피스', '뉴스룸', '브레이킹 배드'도 넣고 싶었지만 결국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모두 재밌는 드라마들이니, 남은 방학이나 휴가 동안에 정주행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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