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관 Feb 29. 2020

짧지만 재밌었던 다큐 시리즈들

Feat.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디스커버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하는 다큐멘터리들은 기본적으로 1시간이나 그 이상의 러닝 타임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넷플릭스를 결재하기 전에는 이런 다큐멘터리 같은 프로그램을 잘 챙겨 보지 않았고, 오히려 그 시간에 영화나 드라마를 더 봤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정말 다양한 주제를 가진 다큐멘터리 시리즈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할 5가지 시리즈들은 순전히 내 취향에 따라 골랐으며, 되도록 짧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가진 작품들 위주로 선정했다.




1.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소재로 쓸만한 것들 중 전쟁만큼 다룰게 많은 것이 있을까? 개인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은 그동안 인류가 벌인 수많은 전쟁들 중에서 가장 드라마틱 한 장면이 많았던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두 나라 간의 전쟁이 아닌 '국가들'끼리의 일전이었고, 발발 전후로 다양한 나라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일어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대에 이 중대한 사건들을 다루는 역사가들과 각종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자료들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에게 이 전쟁에 대해 설명할지 고심했을 것이다.



다행히 '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전쟁 내내 일어난 다양한 전투와 사건들 중에서도 맥락 상 가장 중요한 전투들을 골라서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준다. 흑백 영상이었던 영상 자료를 모두 컬러로 복원하고, 역사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을 덧붙여 내놓은 이 10편의 작품들은 매 편 1시간이 넘지 않는 러닝타임 동안 친절한 내레이션으로 우리에게 핵심만을 뽑아 선보인다. 전쟁 당시 상황에 대해서 디테일하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다큐를 고르라면 이 시리즈가 1순위로 꼽힐 것 같다.



2. 셰프의 테이블

위대한 셰프는 이제 그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만이 아닌, 일종의 예술가의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는 순간 제공되는 첫 아뮤즈 부쉬부터 마지막 디저트까지 모든 음식의 맛과 콘셉트는 요리사의 수준을 결정짓는 첫 관문이다. 또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의 제공되는 서비스도 중요하고, 공간의 분위기 역시 식사의 만족도에 있어 큰 역할을 차지한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셰프는 큰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모든 과정들에 직접 개입해야 하며, 시즌이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요리를 손님들에게 선보여야 한다. 혁신적인 요리사이자 사업가이기도 한 이 다큐 시리즈의 셰프들은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성공했는지 설명해준다. 그들이 선보이는 요리들과 주방의 모습도 매혹적이지만, 그들이 레스토랑을 운영해나가면서 지키는 각각의 철학들 역시 다큐를 시청하는 사람들을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3. 인사이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세계 최고의 부자, 윈도우의 아버지.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보통 그가 해오던 사업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빌 게이츠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전 세계에서 생긴 여러 문제들과 그 해결책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고민들은 우리 모두가 해 본 것들이다. 하지만 이 다큐시리즈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빌 게이츠의 접근법에 초점을 맞춘다. 3편으로 구성된 이 짧은 시리즈에서 감독은 그의 유년 시절과 마이크로소프트 CEO 시절, 그리고 현재를 조명하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그가 관심을 가지는 깨끗한 물의 공급, 소아마비 근절, 미래의 에너지에 대한 빌 게이츠의 고민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그 접근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4. 힙합 에볼루션

이제 힙합 음악은 어느 곳에서나 흘러나오고 있다. '쇼미 더 머니'의 영향이 컸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겠으나, 이때까지 힙합 문화를 향유해온 모든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힙합의 시작은 언제 어디서부터 였을까? 그저 단순히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흑인들이 만들어 낸 문화였을까? 그 모든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넷플릭스가 담아냈다. 1970년대의 힙합의 태동기부터 시작하는 이 시리즈는 런 DMC, 데프잼 레코드, N.W.A, 동부와 서부의 전쟁, 닥터 드레의 '더 크로닉'까지 힙합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과 사건들에 조명을 비춘다. 그리고 매 편마다 호스트는 시대마다 영향력 있었던 MC들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하고, 자료에는 남아있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나눈다. 힙합을 사랑하는 팬들, 힙합의 모든 역사를 한눈에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봐야 하는 다큐 시리즈.



5. 어글리 딜리셔스

누가 무엇을 먹고 사느냐는 바로 그 사람의 문화적 정체성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 연결고리는 가끔씩 우리의 통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국으로 이주해오는 수많은 이민자들은 자신이 살았던 곳의 요리를 만들어 먹었지만, 그 음식을 향유하는 소비층은 이민자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이민자들이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점차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음식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음식들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타코, 피자, 볶음밥, 만두, 치킨 등의 음식은 그 이야기들의 중심에 있는 음식들이다. 이 음식들은 오늘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추억과 아픔, 그리고 역사가 담겨있다. 시리즈의 호스트인 데이비드 장 셰프는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어떤 음식에 대한 추억을 나누고, 유명한 가게를 찾아가 역사를 배우고, 사람들과 토론한다. 다양한 요리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듣고 싶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한다.




다큐멘터리는 보통 너무 긴 러닝타임 때문에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또 다큐멘터리라고 해서 항상 자연과 관련된 주제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음식, 역사, 그리고 미래를 향한 생각들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는 보다 보면 어느새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포스팅을 찾아보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의 다른 다큐멘터리들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겨울에 볼 만한 해외 드라마 BEST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