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

by 난척선생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총알택시가 젖은 밤을 활활 태우며 오는 길

너는 적당한 가면을 이리저리 골라보았다.

까만 양복을 꺼내 입으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습니까.“


화투장 속으로 수없이 달은 뜨고 지고

문상객들의 밤이 착착 넘어갈 무렵

친구는 피곤에 쩔은 얼굴을 문지르며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했다.


질긴 넋두리도 가물가물 사라지고

그렇듯이 날은 밝고

부슬부슬 출상이 찾아들면

망자는 그가 붙들린 집착, 꼭 그만큼의 무게로 상여꾼의 팔을 잡아당겼다.


외진 산서도 더 깊이

잿빛 연기가 안개로 앉는 화장터

아득하게 가슴 아리고

가족들은 검붉은 암 덩이를 컥컥 불길 속으로 토해 댔다.


생각이 구불구불 감기는 장지를 내려오며

너는 아버지에 관한 독한 시 한 편을 떠올렸고

비로소 가면을 벗어던졌다.

친구 아버지는 돌아가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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