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금요일 오전이었다. 동대문 DDP 앞 푸드트럭 앞에서 크레페를 먹기 위한 외국인들의 긴 줄만이 눈에 띄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부암동 '에프포 라이프'이다. 동대문에서 걸으면 7킬로 정도이고 2시 30분 정도가 예상된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당연히 지하철이나 버스로 이동할 테지만 도보여행을 즐기기 위해 걷기를 시작했다. 1차 목표는 경복궁역까지이고 3.5킬로 정도의 거리다.
방산시장을 지나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오래된 공구상이나 잡화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그 사이로 한두 사람 겨우 들어갈 정도의 좁다란 골목길이 눈에 띄었다. 순간 나의 직업 본능은 카메라를 꺼내게 하였다. 막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골목 안 인상 좋은 아저씨가 불쑥 나와 "들어와서 찍으세요!" 하며 친절을 맞이해 주셨다. 요즘은 초상권뿐 아니라 가게 사진도 맘 놓고 찍기 힘든 터에 안도의 숨을 쉬며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오래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곳도 얼마 지나지 않아 철거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태일 기념관'을 지나 좀 더 가자 콘크리트 벽이 떡하니 서 있었다. 순간 ㅇㅇ시장 재직 시 아파트 재건축을 하면서 1개 동을 기념으로 존치했던 우픈 일이 떠올랐고 아마도 이 지역 재개발하면서 기념을 뜯어 둔 외벽쯤이겠거니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철저된 '베를린 장벽'을 옮겨 설치한 것이었고 이곳은 '청계천 베를린 광장'이라는 명칭도 있었다. 그동안 수차례 지나쳤지만 무심코 지나친 걸 오늘에야 보게 된 것이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이나 보다.
일단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역 앞까지 걷기에 성공했다. 잠시 버스를 탈까 고민했지만 체력과 시간은 충분하고 내친김에 부암동까지 걸었다.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아트포라이프'에 도착했다. 다행히 성대표님도 계시고 다른 손님은 한 테이블만이 있었다. 그는 15살에 프랑스에 가서 42년을 살다가 귀국했고 숙명여대에서 미학을 가르치고 라디오 방송, 문학강연 등을 했다는 얘기를 해 주었다. 그의 나이는 70 인대 딱 15살 적게 젊게 보인다. 마침 나는 프랑스어 왕초보 탈출 강연을 듣기 시작하여 그에게 프랑스어에 대하여 물어봤다. 프랑스에서는 '헤어졌다'라는 말은 하지 않는단다. 그럼 뭐라고 말하느냐고 물었다. 과거형을 쓴단다. '사랑했었지'라고 하면 헤어지자는 말이라고.. '죽었다'라는 말도 없다. '존재했었지' 어디에? 내 맘속에.. '내일'은 '오늘 망가지고 허물어진 것, 내일이면 소용없는 것'이란 뜻이고..
집에 가서 밥 달라고 하면 당장 이혼감이라고, 너네 엄마 한테 가서 살라는 말이 되돌아온단다. 밥을 먹기 전에 그날 있었던 일들은 서로 얘기하고 그날의 기분, 먹고 싶은 음식 등등 대화를 하고 나서야 무얼, 어떻게 먹을지 결정하고 식사 준비에 들어가는데 보통 이런 부부의 대화가 1시간 된다고 한다. 한국 남자들 편하게 살고 있는 건가요? 카뮈, 이방인, 뫼르소, 부조리, 밀란 쿤테라, 베토벤, 니체 이런 얘기를 들었고 요즘 읽으시는 책에 대하여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겐 너무 어려운 책들 같아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내가 카메라를 메고 있는 걸 보시고는 포트레이트를 찍어 주셨는데 외도한 것인지는 몰라도 뒷배경이 포커싱 되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이 많이 붙어 있는 벽이다.
그는 세컨드 메이저로 사진과 신학을 전공했다. 유명 인사들도 많이 찾아와 상담과 위안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와 대화할 수 있었던 오늘은 나에겐 행운이었다.
[책] 검은 기쁨ㅣ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책] 검은 기쁨ㅣ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단편소설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Eric Emmanuel Schmitt, 1960)의 단편집 입니다. 은 슈미트의 세 번째 소설집으로 여기 실린 네 편의 단편은 모두 비슷한 주제를 향해 엮여있습니다. 작가는 우리 모두는 살해 본능을 제어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 인간들이 과연 변할 수 있는가? 슈미트는 에서 좌절과 희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집니다. 슈미트는 철학박사로 수년간 학생을 가르쳐 왔습니다. 언젠가 아하가르 사막을 여행한 후 인생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되고 여행에서 얻은 내면의 깨달음은 그가 작가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됩니다. 1991년 발표한 으로 촉망받는 희곡작가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리고 이후 출간한 여러 소..link.naver.com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 - 예스24베토벤에 대한 성찰 에세이와 짧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이 책은 슈미트의 ‘내 삶의 스승이었던 음악가들’ 시리즈 중 하나로 음악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살아간다는 작가의 고백과 잘 어울린다.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 『모차르트와 함께한 내 인생』 역시 한국에 소...link.naver.com
[프랑스소설]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 이토록 아름다운 글로 쓰여진 음악이라니!이중의 이야기 ㅡ인간을 의식하지 않은 채 저절로 흘러나오는 자연의 음악에 열광한 노老음악가와 부친의 ...link.naver.com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7.78킬로를 걸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