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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책 읽기

매일 읽기

by 천지현

남편이 제주도 1박 2일 출장을 갔다. 남편 지방 출장날은 곧 저녁 배달이라는 공식이 우리 부부 사이에 생겼다. 남편이 출장을 간 저녁에는 뭔가 마음이 휑하다. 10년 차 부부이지만, 남편의 빈자리가 제법 큰 것 같다. 어제도 남편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제주도 비행기를 타러 떠났다. 저녁은 우리 동네 돈가스 맛집으로 정했다.



콤 돈가스 전문점인데, 매콤 소스가 내 입을 사로잡는다. 돈가스의 약간 느끼한 맛을 매콤 소스가 단번에 고소한 맛으로 바뀌 버리는 마법을 부린다. 기본 소스도 겨자 소스가 베이스라 살짝 맵지만, 어른들매콤 소스먹어야 진짜 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새봄이는 기본 소스조차 맵다고 해서 마트용 돈가스 소스를 찍어 먹게 했다. 아주 잘 먹는다. 나는 밥에 돈가스, 매콤 소스를 찍어 먹으며 저녁 육아는 거뜬하다는 생각이 불끈 솟는다.




이 맛집에는 매콤 돈가스가 3단계까지 있다. 나는 기본인데, 3단계 매콤 돈가스를 먹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3단계 돈가스를 먹으니까 메뉴판에 적혀 있겠지..ㅠ 이 돈가스 맛집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매콤 돈가스가 생각난다. 우리 삶에도 때론 싱겁거나 달콤하거나 맵거나 짠맛을 내는 일상들이 있다. 이 일상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새봄 이가 내년이면 7살이다. 육아도 어느 정도 수월해 요즘이다. 수요일마다 온라인 수업을 듣기에도 좋을 육아 시즌이다. 요즘 들어 부쩍 내 커리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소설 쓰기 수업에서 강사님이 그러셨다. "여러분, 소설가가 되면요. 가난해요. 내 주변 소설가들은 대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어요." 강사님은 그렇지만 소설가가 된 지금 자신의 모습에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운 직업이라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을 쓴 유영광 작가는 배달, 택배일을 하면서도 작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가 등단에도 실패하고, 출판사들조차 당신의 글은 책으로 낼 수 없다는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하철과 카페에서 틈틈이 소설을 써 탄생한 소설책이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다. 이 책으로 다른 나라에 판권이 수출되기도 하고,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말한다. 어려워도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나도 현실 앞에서 무너질 때가 많다.

40대 중반에 뭘 하려고?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성공이 가능해?


나도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럽기만 하다. 이 소설이 초라하고 흔들리는 내 마음을 위로해 주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네가 앞으로 무엇을 하든 언젠가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찾아올 거야. 하지만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대로 포기하지 마. 넌 뭐든 잘할 수 있을 거야."(p.260)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중에서



책 읽기는 때론 초라해진 나의 마음에 용기를 주고 힘을 주는 것 같다. 이래서 매일 읽기가 중요한 것 같다. 오늘도 열심히 읽고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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