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구나!?
내가 국민학교 다녔던 시절에 저녁 6시 전후로 해서 '빨강머리 앤' 만화가 방영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 내 기억 속 빨강머리 앤은 명량하지만 때론 엉뚱한 아이였다. 그런 소녀가 성숙한 숙녀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라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백영옥 작가의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책 뒤표지 발췌문
도서관에서 책 뒤표지 문장을 읽자마자 마음에 감동이 일었다. 2025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사실 대부분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누군가는 무언가에 얽매여 있을 수 있다. 후회, 원망, 미움, 낙심 등등 나도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어쩌면 매일 책 읽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양한 감정이 나의 마음을 요동칠 때가 많다. 그럴 때 책을 읽는다는 건 신의 한수인 것 같다. 누군가는 운동으로 다양한 모임이나 취미로.. 아님 술이나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날릴 것이다. 나름 고상한? 책 읽기로 나의 삶을 일구어 가는 것 같아 이 책을 읽으면서 내심 뿌듯했다.
"여러 명의 아이를 돌봐야 했던 고아 소녀는 자신이 처한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가장 좋은 것을 상상하는 습관을 오래 간직해 온 것이다. 그것이 삶을 대하는 앤의 태도였다. 놀아줄 또래 친구가 없어서 깨진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캐시 모리스'라는 이름의 가상 친구를 만들어내는 앤. 그런 앤의 상상력이 내겐 늘 절망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특별한 능력처럼 느껴졌다. 그러므로 이 빨강머리 소녀는 약속된 시간을 넘겨 늦게 도착한 초록지붕 집의 매튜 아저씨에게 이렇게 말할 줄 안다.
"나오시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저씨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오늘 밤은 저 큰 벚나무 위에 올라가서 밤을 새울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치 대리석으로 만든 널찍한 방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 (p.21)
새봄이가 놀자고 할 때마다 유튜브 시청을 시켰다. 외로움을 견딜 줄도 알아야 하는데, 엄마라는 사람인 내가 인터넷을 권했다. 빨강머리 앤은 사실 고아인데도 외롭지만 자신만의 친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소녀였다. 작가 백영옥도 고백한다. 자신도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고 한다. 그 시절에 학교 도서관에서 책 속 주인공들을 친구로 삼아 지냈다고 한다. 부모님은 애가 탔지만 책 속 주인공들을 친구로 삼은 덕분에 지금 나름 잘 살고 있노라고 고백했다. 이는 나에게도 적용해보고 싶다. 마흔 중반을 향해 가면서 사실 친구는 없는 것 같다. 동네 엄마들이나 가족이랑 주로 대화를 한다. '왜 내 인생에서 찐 베프가 없을까?' 한탄하기보다 책 속 주인공들을 친구로 삼아 나만의 상상력을 통해 삶을 재미있게 설계해보고 싶어졌다.
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아이를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나는 다짜고짜 전화를 몇 번이나 하면서 남편에게 재촉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뜨끔했다.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빨강머리 앤이 나보다 어른 같이 느껴졌다. 좀 늦으면 어떤가! 나 혼자 구름 한 점 바라보면서 내 눈에게도 여유를 주고 내 마음에게도 여유를 줄 수 있음 된 것을! 빨간 머리 앤에게 인생을 배울 수 있다니! 믿기지 않는 요즘이다.
'매일 읽기' 교훈 3.
- 새봄이에게 하루 한 권 책 읽어주기.
- 고전 읽기. (노르웨이 숲 책 다 읽기)
- 매일 한 번 상상을 하며 이야기 만들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