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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환 Jun 12. 2022

'연극에 꽂혀 20년' 천생 배우의 새 도전

경남배우열전 (5) 거제 극단 예도 김현수 배우

1999년 봄, 조그마한 광고 하나가 김현수(39) 배우 눈에 들어왔다. 극단 예도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벼룩시장 지면 광고였다. 연극쟁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차례도 꿈꿔본 적 없었지만, 그땐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갔다. 공고에 꽂혀 수줍게 전화를 걸었다. 곧장 극단 가입 의사를 타진했다. '저기, 저… 극단 가입하고 싶어요….' 고3 때 일이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시기 처음 연극과 맞닥뜨린 그는 운 좋게도 입단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경남연극제가 그 자리였다. 극단 예도 이삼우 연출가의 첫 연출작이자 경남연극제 출품작이었던 <작은 할매>에 출연했다. '조춘'역을 맡았다. 3월 개최된 연극제 공연을 위해 20여 일간 연습하고 대회에 참가했다. 첫 출연작은 경남연극제에서 작품상(동상)을 받았다.


"<작은 할머니>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었어요. 부득이한 사정으로 당시 배우 한 분이 빠지게 되면서, 빈자리에 제가 들어가게 됐어요. 운이 좋았죠. 그때는 연출님이 가라 하면 가고, 거기서 울어 하면 울고 그랬어요. 긴장돼서 객석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공연을 보러 온 엄마 얼굴이 딱 보이는 거예요. 눈이 마주쳤는데 그래서 그때 우는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거제 극단 예도 김현수 배우.


고교 때 신문 보고 무작정 입단
70여 편 출연·2018년엔 연기대상



원래 김 배우는 라디오 DJ가 꿈이었다. 이날 이후 무대에서 처음 느낀 떨림에 매료돼 진로를 변경했다. 부모님이 바라던 일은 아니었다. 방송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신문방송학과를 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던 그였지만, 전후로 연극 매력에 흠뻑 빠져 예대에 진학했다. 부모님 반대에도 그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생각도 못하다가, 우연히 재미를 느끼게 돼서 그다음 해 예대를 갔어요. 부모님 반대가 심했어요. 지금은 엄마가 저를 많이 도와주고 계세요. '그런 것 좀 그만하면 안 되나'라는 말씀을 계속하시긴 하는데, 공연 기사가 한 번 나면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보내고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그렇게 연극인의 길을 씩씩하게 걷다 보니 참여한 작품 수가 적지 않다. 김 배우가 무대에 선 작품은 매년 3~4편. 그간 70편 남짓 작품에 참여한 셈이다. 대부분 예도 작품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현수 배우는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들어오면 그 떨림이 사라진다"며 "이게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무대에 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 배우 공연 모습.


뮤지컬 준비…'신선함' 남기고파
다양한 무대에서 예도 알릴 것



2018년에 열린 제36회 경남연극제에서 <나르는 원더우먼>이라는 작품으로 연극판 데뷔 이후 첫 개인 연기상(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연극 무대에 선 지 20년이 넘었지만, 사실 이만큼 연극을 했다고 얘기하는 게 많이 부끄러워요. 저보다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잖아요. (웃음) 공연 전까지는 지금도 많이 떠는 편이에요. 엄청 떨리는데 객석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들어오면 그 떨림이 사라져요. 이게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무대에 서고 있는 것 같아요. 배우로 살면서 가장 기뻤을 때는 상 받을 때죠. 2018년에 연기대상 받았을 때 정말 기뻤어요."


그는 낮에는 예술 강사, 밤에는 연극배우의 삶을 산다. 공연 비수기여서 요즘은 작품 연습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새 도전을 하는 중이다. 극단 예도가 올해 처음 내놓을 예정인 뮤지컬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 차례씩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오는 11월 초연한다. 극단에도 첫 뮤지컬, 김 배우에게도 첫 뮤지컬 도전이다.


"11월에 창작 뮤지컬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우리 극단이 뮤지컬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아직 대본은 나오지 않았어요. 뮤지컬을 해보려고 몇 번 시도를 하긴 했었는데 그동안 잘 안 됐어요. 지금 다들 노래가 안 돼서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웃음)"

김현수 배우.

그는 올해 극단 예도가 거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널리 알려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개인으로서는 동료들과 관객 모두에게 김현수라는 배우가 '신선한 배우'로 각인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가능한 한 오래 배우로 살고 싶다는 그는 많은 작품에 참여해 극단을 알리면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예도=직장인 극단'이라는 수식어가 우리 극단에 따라붙을 때는 한 번씩 속상하더라고요. 직장인이 있긴 하지만, 연기를 일로 하는 사람들인데 '지방에서도 이런 연극을 해?', '직장인들이 이 정도 한 거면 잘하네'라는 말이 나올 땐 많이 아쉬워요. 이런 인식이 사라질 수 있도록, 많은 곳에 우리 극단이 알려질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신선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도 커요. 같은 지역에서 같은 사람들과 지낸 시간이 길어서 발전이 많이 없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앞으로 다른 지역 사람들과도 만나면서 다양한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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