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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석환 Jun 12. 2022

작품 기다릴 때 설렘 80살까지 가져가고파

경남배우열전 (8) 진해 극단 고도 이은경 배우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눈빛과 표정, 말투, 몸짓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묻어난다. 그 에너지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은경(59) 배우는 무대에 설 때, 그리고 새 작품 대본을 쥐었을 때라고 얘기한다. 새로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 대본을 손에 쥐고서 그가 자주 떠올리는 생각은 이렇다. '이거, 너무 기대되는데?' 새로운 작품 속 인물을 마주하면 설렘과 기대감이 차오른다. 들뜬 마음으로 인물과 작품을 연구한 세월이 30년이 넘는다.


이런 재미에 푹 빠져 수십 년을 연극 무대에서 보낸 이 배우가 처음 연극판에 들어서게 된 배경은 성격 때문이었다. 나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 시절 극예술연구회에 가입, 처음 무대 위로 뛰어들었다. 누구나 그렇듯 그 역시 처음에는 잔뜩 긴장하며 무대에 올랐는데, 그 당시 남들 앞에 서는 기분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오를수록 재미가 배가됐다. 자신을 보여주는 일에 재미를 느끼면서 그는 서서히 자신을 바꿔갔다.


"웃고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저를 차갑게 보는 거예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누군가가 저를 그렇게 봐서 거리를 두게 된다면, 이건 사회생활에서 마이너스잖아요. 그래서 고쳐봐야겠다, 나를 바꿔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고등학교 때부터 하다가, 1982년 대학교 신입생 때 좋아하던 선배가 극예술연구회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나도 저기서 해봐야겠다는 판단이 서서 연극을 처음 시작하게 됐죠."


진해 극단 고도 이은경 배우 공연 모습. /극단 고도


삶 길목마다 주변에서 이끌어
생업·육아에도 돌아온 배우 길


간호학과 출신인 그는 원래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전공을 살려 직장을 얻어야겠단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던 그가 학내 활동을 대학 바깥으로 이어가게 된 것은 결정적으로 지인 권유가 계기가 됐다. 1984년 어느 날 극예술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던 대학 동기가 '진해에 극단이 생긴다는데 같이 가보자'고 권유, 그는 거절하지 않고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뒤 그해 창단한 지금의 극단 고도 전신 '극단 터' 창립멤버가 됐고, 본격적으로 연극판에 발을 들였다.


주요 길목마다 이 배우를 연극판으로 끌어준 사람이 있었다. 단원 생활을 시작한 그해 3년여간 병원 수술실에서 일하는 와중에도, 결혼 이후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가사와 자녀 출산·양육 문제로 연극계를 떠나있을 때도 함께 작업하자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다. 그래서 무대를 떠날 수 없었다. 그의 오랜 배우 경력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이은경 배우.
상 여럿…〈토지〉 참여 뜻깊어
연극이 인생 중심 오래 하고파


진해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며 경남연극제에도 여러 차례 올랐다. 상도 여럿 받았다. 제6회 경남연극제(1988)에서는 연기상을, 제30회 경남연극제(2012)에서는 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제37회 경남연극제(2019) 때는 연기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배우는 올해 함안에서 열리는 제40회 경남연극제 무대에도 섰다. 객석과무대 <너의 역사>와 극단 고도 <해질역> 두 작품에 출연, 공연을 선보였다.


"작품을 만난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에요. 한 작품 끝나고 나면 항상 기대가 되더라고요. '다음에는 내가 어떤 작품을 만나서, 그 속의 어떤 인물을 만나게 될까?'라는 거 있잖아요. 재미와 설렘도 크죠. 그게 좋아서 계속 연기하는 것 같아요.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죠. (웃음)"


이 배우는 경남도립극단 <토지Ⅰ>, <토지Ⅱ>에도 출연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 작품 출연이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있다. 1980년대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토지>에서 서희 역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본 뒤 망설이다 지원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모집공고만 보고도 두근거림을 느꼈던 작품에 참여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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