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석환 Jun 12. 2022

"관객 박수 나의 힘... 지역배우 길 갈 것"

경남배우열전 (9) 마산 극단 상상창꼬 강주성 배우

애당초 계획적인 삶과 거리가 멀었다. 막연하게 교사를 꿈꿨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이 될지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예술'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예체능 계열에 관심을 둔 적도, 흥미를 느껴본 적도 없으니 배우라는 '장래 희망' 같은 게 있었을 리가.


대학교 2학년 무렵,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 휴학계를 내고 나서 무작정 서울행을 택했다. 우연히 서울 대학로에서 보게 된 생애 첫 연극공연. 이때 극단 상상창꼬 강주성(34) 배우는 이런 생각을 했다. '와, 진짜 멋지다.'


예술과는 담을 쌓고 살다가 어느 날 불쑥 배우가 되기로 한 건 이날이 계기가 됐다. 매력을 느낀 지점은 연기력이나 작품성, 연출력 그런 게 아니었다. 그의 두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배우였다. 무대 조명을 받으며 연기를 펼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마산 극단 상상창꼬 강주성 배우 공연 모습.
12년 전 처음 본 연극에 매료돼
극단 고도에서 배우 이력 시작
상상창꼬 창단 함께…연기상도


이후 연극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다 부모 반대에 부딪혀 본래 대학으로 돌아간 강 배우는, 경남대 경영학과에서 문화콘텐츠학과로 전과했다. 교사가 될 줄로만 알았던 아들이 느닷없이 배우가 되겠다고 하니, 부모 속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저는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어요.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는데 말썽부린 적 없이 학교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대학교 2학년 24살 때 경영학을 배우는데 너무 어렵고 저랑 안 맞더라고요. 1년 쉬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집에 편지 한 통 놔두고 서울로 갔고, 그 뒤 집에서 전화가 오면 하나도 안 받았어요. (웃음) 2010년 가을쯤이었나? 친구랑 대학로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연극을 보게 됐는데 공연 내용보다는 그 무대에 오른 배우들이 정말 멋있고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요. 나도 저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그런 강 배우의 마음을 부모는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거듭된 반대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 가족을 설득하는 일 대신 잇단 연기 강의를 수강하며 배우의 길을 놓지 않았다. 연기 입시학원에 다니면서,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연기반 강좌를 들으면서 꿈을 키웠다.

강 배우는 12년 전 성산아트홀 연기반 강의를 맡았던 김소정 한국연극협회 마산지부장과 인연이 닿아, 진해 극단 고도에서 극단 생활을 시작했다(강 배우와 김 지부장은 현재 극단 상상창꼬 소속으로, 김 지부장은 그 당시 극단 고도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는 김 지부장 권유로 고도에 입단한 후 이듬해인 2011년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고도에서 작품 10여 편을 함께했다.


"권유를 받기 전까지 지역에 어떤 극단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던 때 고도에 들어갔어요. 처음 갔을 때는 정말 '우와' 했어요. 잘하는 선배님들이 많았거든요. 고도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그때 <택시 드리벌>이라는 작품으로 첫 주연(택시운전사 장덕배 역)을 맡아 무대에 올랐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공연 도중 대사를 잊어버려서 당황한 적도 있었죠. (웃음) 이후에도 계속 무대에 올랐는데 오를수록 재미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강주성 배우.

그는 고도에서 4년간 몸담다가 2014년 9월 22일 창단한 극단 상상창꼬로 소속을 옮겼다. 창단멤버로 시작해 8년 가까이 활동 중이다. 그러는 사이 출연 작품 수는 50여 편으로 늘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경남 차세대 유망예술인(2019~2021), 서울연극협회 최우수연기상(2019) 등 이력이 쌓였다.


"무대에 계속 오르면서 처음과 다른 떨림을 느끼고 있어요. 첫발을 내디뎠을 때는 공포심과 두려움이 많았지만, 어느 시점부터인가 이전과 다른 떨림, 그러니까 카타르시스적인 떨림을 느껴요. 무대를 잘 끝내고 관객에게 박수받을 때만큼 기쁠 때가 없는데 이런 점이 계속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올해로 12년째 배우의 길을 걷는 그는 앞으로도 지역에서 좋은 배우로 평가 되도록 묵묵히 연극인의 길을 걸을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어느 배역을 맡더라도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쌓는 걸 목표로 잡고 있다.


"배우만 생각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극단에 들어와서 보니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연기뿐 아니라 작품 연출도 하고 장비도 다룰 줄 알아야 하고 이것저것 할 게 많아요. 연극 분야 안에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고, 좋은 작품을 준비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좋은 작품을 선보이면 연극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반대가 컸지만, 지금은 가족들이 저를 응원을 많이 해주고 계세요. 기회가 닿는다면 연극인으로 쭉 살고 싶어요."



이 글은 경남도민일보 지면에도 실렸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기다릴 때 설렘 80살까지 가져가고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