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다정함이 폭력이 되다

by 모닝커피

다정함이 책임 앞에서 무너질 때


이 글은 어제의 기록에서 이어진다.

그때는 아직, 그가 이렇게 도망칠 줄 몰랐다.



인성이 나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가혹하다.

순간의 고통에 더해, 가스라이팅이 남는다.


전날까지 내 발을 주물러주며

“통통한 발등이 귀엽다”고 키스를 퍼붓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 이사 이야기에 그는 남 일 보듯 했다.

우리집 행사에도 오겠다는 말이 없었다. 너무 서운했다.


그 서운함을 말했을 뿐인데

이틀 만에 그는 헤어지자고 했다.


사귀자마자,

내년 3월 이사를 앞둔 내게

그는 “집을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눈이 똥그래진 나에게

“네가 집을 보고 오면, 오빠가 같이 하겠다”며

세 번이나 함께 살 집을 보러 가라고 했다.


나는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관계가 정해지기 전에 돈이 섞이면

언젠가는 서로를 다치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거절했지만

마음은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감동적이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일 거라 믿고 싶었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그가 다른 사람의 남자라는 사실,

그럼에도 기다리기로 한 선택,

그리고 수많은 싸움.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여전히 함께 있었다.


그래서 이사를 앞두고

자꾸만 그때의 말이 떠올랐다.


서로의 조건과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한 사이였지만

그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말했다.


“오빠,

세 번이나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는 내 집 보는 게 남 일 같네.

오빠, 새 집에 일 년의 반은 와 있을 거잖아.

서운하다.


그 말을 한 이틀 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 이제 너무 힘들어.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없어.

네 주변을 챙길 여력도 없어.”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나에게

그는 소리를 질렀다.


“싫어. 싫어.

너 보기 싫어.”


그 순간 알았다.

그는 정말 비겁한 사람이었다.


이틀 전까지 나를 끌어안던 사람이

의무와 진심을 묻자

화를 내며 도망쳤다.


만나서,

차분하게,

서로를 배려하며

헤어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사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재회에 성공하는 법’ 같은 영상을

찾아보는 나 자신이

미친듯이 한심하다.


분노가 차오른다. 죽이고 싶다.

잘 안되는 사업이 끝을 봤음 좋겠다. 파괴하고 싶다.


이 글은

그 사람을 다시 불러오기 위한 기록이 아니다.


이 글은

그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떠났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감당하려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다.


다정함은 누구나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책임 앞에서의 태도는

사람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는 사랑을 말했지만

사랑이 요구하는 무게는

끝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무게를 혼자서라도 들려고 했던 사람이다.


이 글은

그 사람을 떠나보내기 위한 기록이자,

나를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한 기록이다.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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