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 (프롤로그)

포기가 빠른 여자

by 하루하루

역시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 진리를 뼛속 깊이 느끼며 오늘도 개딸과 신나는 관사 산책 중이다.

개딸은 9년 전의 기억을 잊지도 않고 5년 만에 돌아온 관사에서 5* 대장님 집 앞에서 응가를 싸며 나를 주시한다.

-얼른 싸라! 부끄럽다!!

나의 간절한 눈빛에

-엄마 나 똥 쌌어~ 잘했지? 까까!

라는 눈빛으로 받아치며 두 번째 응가를 시작한다.


따습고 적당한 단단함의 응가라니..

오늘도 즐거운 하루의 시작이다.


나는 하루를 잘 보내는 것이 삶의 목표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면 매일매일이 쌓여 훗 날 지나온 인생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만 있지 않을까?

라는 단순한 사고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면역계질환 난치성 병을 가진 환자이며 합병증으로 손가락 잃은 장애인이다.

거기에 빈혈과 위장이 굳어 식이장애까지 겪고 있는.. 어느 과에서 진료를 보더라도 교수님들이 이 사람은 내 환자요를 외칠 수 있게 만드는! 후천적 대학병원 맞춤 환자인 것이다.

처음 손가락을 절단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수술 후 첫 드레싱을 할 때. 난 두 번 울었다.

그렇다. 나는 누구보다 포기가 빠른 여자였다.


첫 드레싱 때 퉁퉁 붓고 징그럽게 꿰매인 실밥 투성이의

손가락들을 보고 펑펑 울었다.

한 달 넘게 입원을 함께 한 여동생도 울었다.

여기까지는 다른 가족들 친구들도 눈시울이 붉어져 듣는다. 내가 다음 말을 하기 전까지는.


드레싱을 끝내고 병실에 돌아온 나는 눈시울이 붉은 동생에게 말했다.

-고래밥 좀 까봐.


그렇다. 나는 정말 아파서 울었던 것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손가락 버전에 받은 충격이 아닌 첫 드레싱으로 따가운 소독이 아파 울었던 것.

그래서 극도의 쓰라림이 사라진 후 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 나는 수술이 결정된 순간 이미 미련을 버렸던 것이다. 나는 참 포기가 빠르다.


벌써 10년 전의 이야기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포기가 빠르다.

내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다. 앞으로 쟁취할 것만 생각하는.. 하루라는 벽돌 한 장을 하나하나 올려 피라미드를 세워 맨 꼭대기에서 만세를 부를 노년을 꿈꾸는!


나는야 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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