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셋)

고양이를 얕보지 말라.

by 하루하루

밤새 잠을 못 잔다. 눕기만 하면 몰려오는 신경통 때문에 이틀에 한번 자는 사이클이 몸 깊숙이 배겼다. 나는 나만의 시간을 살아간다.

하지만! 자타공인 우리 집 공주님 다복냥냥의 멍멍 구령 아래 개엄마는 개딸의 스케줄의 일부가 되어 관사를 돌고 돈다.

산책 가자!!



나는 군관사에 산다. 이번에 내려온 부산 관사에는 고대령님이 살고 계신다.

5년 만에 왔는데 돌아가시지도 않고 아직도 관사에 계시다니!

혹시 요괴인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고대령님은 관사 터줏대감 고양이다. 고대령님이 지나가면 일단 차 정지.

절대 뛰는 법이 없다. 뒤뚱뒤뚱 천천히 하지만 우아하게 갈길을 간다.



이곳 관사는 빈 옛날관사가 많아서인지 고양이가 많다.

예전 관사에서 고양이 물을 주다 안 좋은 소리를 들어서 물을 주고 싶어도 참았다.

바깥냥이들은 밥보다 깨끗한 물이 더 고프다고 들어서 물그릇에 물을 줬었다.



요즘 자주 마주치는 새끼고양이와 엄마 고양이가 있다.

그 애들은 다복이를 아주! 매우! 싫어한다.


(레이저 눈빛 발사 중)


고양이 친구들~이 아줌마가 동물을 매우 사랑한단다.


라고 텔레파시를 쏘지만 종이 다른 관계로 먹히지는 않는 듯하다.



저 애들은 뭘 먹고살지?

새끼는 그래도 포동포동한 것 같기도 하고..

쓰레기 먹고 부은 건가?

물은 어디서 먹지?



물음을 갖던 중 비가 많이 온 날.

아파트 계단에 고여있는 물을 나란히 먹는 저 두 냥이들을 보았다.

눈치 없는 다복이의 앙 소리에 물 마시다 도망을 가버려

나는 집에서 물을 가져와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놓았다.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말도 못 하는 애들이..



그 후 볼 때마다 밥은 먹고 다니는지 걱정이 돼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 뭐야? 고기 먹고 다녔던 거야??

게다가 식이장애 있는 나보다 더 잘 먹네??

뭐지???



어미 고양이의 우아한 점프.

그리고 입에서 파닥대는...

파닥파닥...

푸드덕...




... 너 통닭 먹고 다닌 거니?!!




닭둘기를 입에 물고 당당히 걸어가는 엄마냥의 저 당당한 발걸음을 보라.


You win!




이 날 깨달았다. 모든 생물은 생존본능이 있고 존재자체가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매일 앓는 소리 하고 울고 진통제 없이 걷기 힘들지만

나도 존제자체가 살아내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가엽다고 생각하지 않듯이, 저 엄마 고양이도 동정 따윈 개나 줘버리라고 냥냥 거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물그릇을 채운다. (몰래)

이 아줌마의 오지랖이라고 생각하고~

힘내! 엄마 고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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