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둘)

장애인은 처음이라

by 하루하루

네? 뭐라고요?

내 손가락들이 왜 이렇게 까맣지?

눈이 잘 안 보여. 어지럽다. 온몸이 아프다.

추워 죽을 것 같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병원.



교수님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 남자 교수님은 누구시지?

외과 교수님이시구나.


그런데 저한테 무슨 일로?



그렇게 500ml 용량 수혈팩 6개를 맞고 겨우 다잡은 정신은 다음 말에 다시 놓치고 말았다.

내 인생 첫 입원. 첫 수혈. 첫 수술.

그리고 난 손가락을 잃었다.

하나도 아닌 여러 개를...



벌써 10년이 지난 기억. 강렬하다.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일 듯.





...............................



손가락 없는 삶이 얼마나 불편한지.

어디서든 깜짝 놀라는 시선을 받는 기분이 어떤지.

일반 사람들은 평생 느껴보지 못하겠지?



그러니....

알량한 동정 따윈 주머니에 넣어두십쇼~!



천상천하유아독존이던 천상계급의 자존감이

이제야 인간계로 내려왔으니~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요즘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서

-난 매 맞지만 명량한 년이에요

라는 명대사가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이 대사를

내 코에 걸어보자면.

-난 장애인이지만 잘살고 있는 년이에요.

쯤 될 것이다.



장애인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비장애인일 때는 안 됐다. 도와줘야겠다. 등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의료계열 전공자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

또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땐 몰랐지. 봉사활동 다니던 내가 봉사를 받는 입장이 될 줄은.



장애인이 돼서 느낀 건 아직 이 세상이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 60. 개막장 인간들도 섞여있구나 40. 정도의 비율?



특히 기억나는 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고삐리 정도로 보이는 녀석들이

-병신이다.

라고 뒷자리에서 들리게 말했던 것.


나는 분노하지 않았다. 다만 진심 궁금했다.

그래서 그쪽을 향해 물어봤다.


-야이 새끼야. 너 병신이 뭔 뜻인지 알고 쓰는 거니?

한문으로 쓸 줄 알아? 말해봐.


합죽이가 된 쫄보들에게 한마디 더 던져줬다.

-무슨 뜻인지는 알고 쓰세요~. 무식한 것들.


사람들이 쳐다보니 고삐리들은 자리를 떴다.

쫄보들 같으니.



신은 내가 성격 좀 죽이고 살라고 손가락을 거둬가셨나 보다.



10년간 참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사실 참 불편하다.

예를 들어 동전이나 카드등 납작한 것은 주울 수 없다.

떨어뜨리면 식은땀이 삐질난다.

이런 경우. 현금 안 쓰고 삼성페이를 쓰면 되지~!

원인을 처음부터 차단!


이렇게 불편함을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바꿔보면서 살다 보니 노하우도 많이 생겼다.


장애를 가졌지만 굳이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니더란 뜻이다. 도움을 청할 땐 정말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삐뽀삐뽀~



난 10년 넘게 열심히 잘 살고 있다.

오히려 정신은 더 강하다고 자부한다.

100세 시대. (너무 긴 거 아냐?!!)

더 힘내서 잘 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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