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다섯)

적절한 도움 그 '무언가'

by 하루하루

TV에서 경계성 지능장애에 대해 설명해 주며 장애와 비장애의 사이에 놓여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었다.

처음 듣는 단어와 증상에 귀를 쫑긋쫑긋 세우고 집중했다.

오우... 생각보다 주변에 저런 사람 많을 것 같은데?


주변에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나?라고 생각하다 뜬금없이 학생 때 봉사활동 시간을 위해 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난생처음 백지수표를 받은 영광을 얻은 곳!!


정신병동 앞마당(?) 같은 곳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에는 주 6일 등교였다.

(이거 아는 사람 최소 30대 후반~유후)

얼른 청소하고 시간 2시간 사인 받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정신병이란 것을 TV속 범죄와

연결시키는 것이 그 당시 내 지식의 편협한 한계였다.


무섭다. 저 사람들이 나한테 달려드는 건 아니겠지?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를 줍던 나는 환자분들이 앉아 있는 벤치를 지나면서 살짝 긴장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조용하고 다들 웃고 계시고 그림을 그리는 분도 있었다.

운동 겸 기분전환을 위해 나오는 분들은 의사의 허락 하에 간호사 분들의 도움을 받아 나오는 분들이라 오히려 일반인 보다 안정되게 보였다.

애초에 폭력성을 갖는 위험한 환자는 못 나오는 듯했다.


나중에는 긴장이 풀려 쓰레기 줍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까 분명 치웠는데? 또 있네?

재질도 같은데?

뭐지 이 종이 쪼가리는?


다시 치우면서 슬슬 짜증이 올라오던 그때.


-학생~학생~

웬 남자 환자분이 나를 불렀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 건가 싶어 얼른 다가갔다.


-학생이 고생하는 것 같아서~ 이거 얼마 안 되는데 음료수라도 사 먹어~


살짝궁 내 손에 지폐를 쥐어주시며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런 거 받으면 안돼요~

라고 극구 거절했지만 환자분은 우리 딸 같아서 주는 거니까 괜찮다고 하셨다.


- 좀 큰돈이기는 한데 내가 꽤 돈이 많아서 괜찮아~

가서 맛있는 거 사 먹어~


언뜻 봐도 흰색인 것이 이건 수표다!!!!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손을 폈는데

손에는 흰 종이에 한글로,..





...........


'백지수표 1억'

이라고 쓰여 있었다.


... 네... 참 감사합니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은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나 키워드를 들을 때마다 떠오른다.

(이 정도면 트라우마인가?)


아무튼.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경계성 지능장애는 장애와 비장애의 중간이라 발견도 어렵고 적절한 치료나 도움 받을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눈에 보이는 신체장애라 여러 가지 혜택을 받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라고 느꼈다. 그렇다고 신체장애가 더 낫다는 것은 아니다.

난 장애를 갖고 나서야 지체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알게 되었다. 내가 했었던 봉사활동이 전혀 도움이 안 되었겠구나라고 생각이 든 적도 여러 번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자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도움을

때에 맞추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무언가'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그 '무언가'는 나 스스로 터득하고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실질적 육체적인 것일 수도, 또는 대화나 상담일 수도, 가볍게는 조용한 휴식일 수도 있다.

그러니 그 '무언가'가 없는 우리는 스스로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외쳐야 하지 않을까?


-나를 좀 도와주세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용기를 가져야 한다.

비장애인들도 들여다보면 아픈 경우가 많다.

마음의 병 같은 것들.


나도 나를 도와줄 '무언가'를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나를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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