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는 행복해(벽돌 여섯)

봄 봄 봄~봄이 왔어요!

by 하루하루

세상에나! 저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


요즘 군 장교들 관사에 관한 뉴스가 보인다.

30년 된 낡은 시설.

곰팡이 가득 찬 천장.

무너진 싱크대.


나도 남편이 군인인지라 거의 2년에 한 번

이사를 다니는데 정말 있다! 저런 관사!!


교육 때문에 1년 단기로 들어간

관사였는데..

난 이사 첫날 울고 말았다.


좁고.. 곰팡이에.. 그나마 앞서 사신 분이 먼저 교육 나온 친한 분들네라 정말 깨끗하게 쓰신 후

우리가 물려받았지만..

이사 첫날 울고 바로 친정집으로

개딸과 피신했다.


18평 작은 아파트에 테트리스하듯

짐을 넣고 작은방은 빛이 들지 않아

동굴 같았다.


1년만 버티자. 참자.


그런데 웬걸.

나는 그곳에서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관사 아래 목련길)


관사를 둘러싼 수령 높은 목련나무 길.

목련이 벚꽃보다 일찍 피는걸 처음 알았고

여름 새벽부터 우는 뻐꾸기 소리.

창을 열면 향수를 쏟은 듯 퍼지는

아카시아 향기.

깜깜한 밤하늘에 보이는 별자리들.

군지역이라 자동차 없는 은행나무 길.

눈보라 치는 밤. 깨끗한 눈에 다복이와

발자국 찍기.

불편함을 견디면 얻을 수 있었던 자연.

(관사 문열면 바로 산책로!)

이 모든 것을 관사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집 앞부터 누릴 수 있었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사계절을 온전히 즐길 줄 알게 되었다.


나중에는 이사 가기 싫어 울어버렸다.

다행히 남편이 신청한 교관에 뽑혀

근처 넓은 교관 아파트를 배정받아

2년을 더 살 수 있었다.


지금도 나는 그곳에 있다고

착각할 때가 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봄 꽃이 가득하고

산밑의 서늘한 공기가 살랑살랑

다리를 스치는 간지러운 그 느낌.

눈을 감아도 보이는

아름다운 수많은 산책로들.


최악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던 곳을

가장 그리워하게 될 줄 몰랐다.


지금 당장 처한 상황이 눈물 나게 싫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

가장 행복한 기억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 힘들어도 한번 참고 견뎌보자.

그 후 어떤 것이 따라올지 모르는 것이니.

살짝궁 기대를 해보아도 좋다.


꽃이 피는 봄.

요즘 집 근처

몽글몽글 벚꽃 봉오리를 구경한다.

곧 피겠다.

반갑다. 사계절의 첫째 봄아.

올 한 해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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