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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린정 May 15. 2024

이유있는 반란

나무늘보 엄마이야기 5

육아를 하다 보면 도대체 왜 내 아이는 이렇게 예민한 걸까? 누구를 닮아서 그런 걸까? 하며 아이의 행동에 예민함을 느끼고 심지어 가족을 탓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아이 기질이 정말 예민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아이의 불편함을 알아채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이유 없는 화와 짜증에 황당함을 겪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아이가 두세 살 무렵의 일이다.

혀 짧은 소리지만 제법 말을 할 줄 알고 의사 표현도 적당히 잘 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냉장고 아래에 드러누워 떼를 쓰며 한참을 울었다. 조금 전까지 밥도 잘 먹고 잘 놀던 아이가 갑자기 왜 떼를 쓰고 우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달래 보아도 이미 시작된 작은 몸뚱어리의 반란은 쉽게 수그러지지 않았다. 얼마 후 달래기를 포기하고 멍을 때리며 기다리니 아이의 젤리~젤리’하는 소리가 들리는 게 아닌가. 그제야 나는 상할까봐 냉장고 안에 넣어둔 비타민 젤리가 생각이 났다. 세상에... 아이는 내가 비타민 젤리를 냉장고 안에 넣어 놓는 것을 보았고 그 안에 든 비타민 젤리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너무 먹고 싶어 마음이 다급해졌기에 엄마에게 그것을 “꺼내 주세요”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는 일단 울고 떼를 쓰는 의사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 항상 점심 식사 후에는 후식처럼 먹었던 비타민 젤리를 그날따라 먹지 못했기에 아이는 그것을 먹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했을 것이다.


평상시와 다른 상황은 아이에게 충분히 불안감을 안겨 줄 수 있다. 아이의 불안함은 충분히 예민함과 거친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더 알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아이는 인형이 아니다’이다.

부모의 의지대로 아이가 따라와 주지 않는다고 아이를 나무라지 말자. 그저 내 아이가‘갑자기 왜 이럴까? 어떤 불편한 점이 있어 그럴까?를 먼저 생각하며 아이의 입장이 되어 보고, 아이의 불안함을 해소해 주기 위해 노력하자.     


고백하건대 사실 그동안 나는 육아를 하는 엄마인데도 바쁘다는 핑계로 정서 육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물을 주면 쑥쑥 자라는 콩나물처럼 적당한 사랑과 관심, 보살핌 정도만 주면 그저 잘 자라는 게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것은 신체를 키우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의 마음, 정서, 인성, 조절 능력도 같이 키워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anko_, 출처 Unsplash


최근에 <예민한 아이 육아법은 따로 있다> -나타샤 데니 엘스 지음-를 읽었다.

책에서는 말을 하지 못하는 1살 아기도 감정과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부모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아이는 존재하는 순간부터 우리와 같은 인격체다. 아이의 마음에 생기는 불안함을 잘 들여다볼 줄 아는 부모가 되자.      


불안함이 생겨 예민해지고 거칠어지는 것은 비단 아이뿐만이 아니다. 어른들 역시 마찬가지다. 나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약간의 기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다스리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인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에게도 잘 전수해 줄 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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