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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후 Oct 04. 2022

나는 내 집에서 산다. 1.

13평짜리 방 두 개의 집을 샀다. 물론, 대출을 받아서...

2019년 8월, 전세 만기를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서 6년 동안 그럭저럭 잘 살던 전셋집이었건만 얼마 전 집주인이 바뀌었고 바뀐 집주인은 내 전세 만료 시점에 실제 입주를 하길 원했다. 결론은 더 이상의 연장은 불가했다.


사실, 종전 집주인에게서 나에게 먼저 매수 제안이 들어왔었다. 당시 시세는 4억 5천을 웃돌았지만 내가 매수한다면 4억에 거래를 할 수 있겠다는 제안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세 계약 이후 재계약 내용 외에는 따로 연락한 적이 없었기에 집주인이 나를 좋게 본 것일지도...)


내가 혼자 살고 있었다거나, 오롯이 내 돈으로만 구한 집이었다면 당장에 매수를 했을 집이었다.

하지만 동생과 둘이 살고 있었고 그 집에 들어간 전세금의 약 40%는 동생 몫이었다.

내 동생도 아버지도 주택가격 하락론자들이었고 부동산으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내가 아무리 설득하고 몸부림을 쳐도 의견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입지적 요건으로도 집 상태로도 이 가격으로 서울에서 이젠 집을 살 수 없다니까? 공동명의로 일단 구매하고 사는 데까지 살다가 매각하면 전세금 올려줄 일도 없고 좋잖아."


"집 값이 떨어지면?"


"안 떨어져! 만약에 떨어진다고 해도 여기 집 값이 떨어진다는 건 대한민국 집 값이 다 떨어져야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됐을 때는 우리도 떨어진 가격으로 다른 집에 이사할 수 있다는 거라고."


결국, 동생을 설득하는 것에 실패하고 우리 자매는 각자 원하는 집을 구해서 이사하기로 합의를 봤다.

주택가격 하락론자인 동생은 또다시 전셋집으로, 주택가격 비하락론자인 나는 내 집을 찾아서...

(내가 비하락론자일 뿐, 딱히 상승론자는 아니다.)


2019년 하반기, 이미 주택가격이 꽤 높은 속도로 오르는 상황이었다.

주택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전세가격도 오른다는 이야기였고, 매매 물건을 구하는 나도 전세 물건을 구하는 동생도 예산 안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았다.


일단, 전세보증금에서 내 몫으로 돌릴 수 있는 금액과 모아둔 돈을 합한 자본금은 1억 6천만 원 정도.

그 돈으로는 당시 원룸 정도 구할 수 있는 가격이었고 원룸을 매수하여 실거주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당연히 어느 정도의 대출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안정적이면서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디딤돌대출이었다.

다만, 1인 가구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액은 최대 1억 5천만 원이자 주택매매 가격이 3억 원 이내라는 제한 조건이 있었기에 대출 경로를 '디딤돌대출'로 결정한 이상 예산 범위는 저절로 확정이 되었다.

(연소득 부분도 제한이 있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딱 그 해년도의 연소득이 제한 금액 경계선에 있었다. 연봉 상승 한 번만 더 했어도 경계선을 넘었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안도만 하기엔 당시의 내 연봉이 너무 작고 소중했다.)


3억 원 이내, 방 2개 이상의 주택을 서울 안에서(정확히는 용산구부터 송파구 이내의 지역에서) 구하기로 한 이상 대단지의 아파트는 언감생심이었고 작은 단지의 아파트(일명, 나 홀로 아파트) 또는 쓸만한 빌라를 알아보기로 했다.


집 구하기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1. 지하철 역이 가까울 것. (도보 10분을 넘지 않을 것.)

2. 최대한 평지일 것. (살던 아파트 단지의 경사가 꽤 있었던 터라 여름마다 힘들었다.)

3. 주차공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일 것.

4. 사용승인 2년 이상, 10년 이내일 것. (새집 냄새를 좋아하지 않아서 2년은 지나길 바랐다.)

5. 동향이 아닐 것. (동향 주택에서 아침마다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6. 주방 크기가 너무 작지 않을 것. (요리를 하는 편이라 주방이 너무 작으면 곤란했다.)

7. 근처에 산책 가능한 공원이나 수변로가 있을 것.

8. 주변 환경이 너무 번화하지 않고 주택가의 느낌일 것.

9. 발을 디뎠을 때 기운이 안정감이 있을 것. (샤머니즘 같지만 누구나 자신의 기운에 맞는 지역이 있다고 믿는 편.)

10. 혹시나 여생을 쭉 살게 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것.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그 집이 마지막 집일 수도 있으니...)


이렇게 대략적인 예산과 조건들을 정리하고 무작정 매물들을 살피러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2-3개월가량 주말에는 낮에, 평일에는 저녁마다 공인중개사와 약속을 하고 물건들을 보러 다녔고 지치고 지쳐 이러다 이사할 집은 구하지 못한 채 렌트로 몇 달 살아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하고 있을 무렵, 내 집을 찾았다.

운이 좋게도 매도인이 급매로 내놓은 물건이라 시세보다 싼 편이었고, (실거래가 조회를 해보니 아래층 전세 가격보다도 싸게 계약을 한 것이었을 정도로) 돌이 됨직한 아이 하나를 키우는 신혼부부가 실거주를 했던 집이라 혼자 살기에는 작지만은 않을 규모로 구하게 되었다.


계약 당시 사용승인은 2년이 경과한 상태인 공부상 전용면적은 10평남짓, 실사용 면적은 13 정도인  40 세대의 빌라 단지였다.

그렇게 나는 13평짜리 방 두 개의 집을 샀다. 물론, 대출을 받아서...




* 특이사항.

1. 2019년 11월 경부터 주택매매가격이 이전보다도 훨씬 급상승을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10월에, 심지어 시세보다 싸게 계약한 것은 천운이 아닐 리 없다.

2. 외관은 조금 깔끔한 연립주택 단지의 느낌인데 각종 지도어플과 부동산 어플에서는 아파트로 구분 지어놓았다. 아마 층수가 5층 이상이면서 30세대 이상이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상주 관리인도 없고 단지 내 편의시설도 딱히 없으니 실제는 빌라에 더 가까운 게 맞다.




집을 계약했던 과정을 요약해보자면,


<2019년 10월>

1. 계약금 10%를 주고 계약서 작성.

2. 계약서를 포함한 대출 구비서류를 들고 은행에 방문하여 심사 접수.

3. 감정평가를 위한 실사 후 대출 승인.


<2020년 2월>

1. 잔금을 주고 입주.

2. 법무사를 통하여 소유권 이전등기.


적어놓고 보니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은근 자잘하게 귀찮은 것들이 과정에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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