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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May 25. 2022

파워 J가 P로 여행한 후기 (ep.01)

캠핑 말고 제주도 여행.

 요즘 핫하다는 MBTI 검사를 해보니, 나는 "ENFJ"라는 성향이 나왔다.

사람을 혈액형 또는 몇 가지 성향으로 구분하는 것에 그리 낙관적인 편은 아니지만

내용을 살펴보니 "꽤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큰 공감을 산 것은 "J" 계획형 인간이라는 점이었다.




 사실 습관처럼 무슨 일을 앞두고 있으면 그날이 지나갈 때까지 시간대별로 상황을 다 상상해보곤 한다.

그중 어색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알아보고 고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캠핑을 할 때도 갈 계획이 있으면 어떤 짐을 어떻게 싸고, 어떤 준비물이 필요하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 어떤 순서로 피칭할 것인지 등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갈 때까지 한다.


 여행도 마찬가지로 간다고 마음먹으면 어디갈지, 비가 오면 어떻게 할지, 여기에서 저기까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예약이 많을지, 식당의 좌석 수가 대충 몇 석이니 웨이팅이 길거라는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

가끔 그런 내 모습을 보면 이것도 "집착하는 병" 중에 하나이구나 싶다.

사실 혼자 여행을 가거나 캠핑을 갈 때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지 않은데 누군가 함께한다고 하면 더욱 신경을 쓰는 듯하다.


 예전에는 제주도를 1년에 2번 정도 많으면 3번씩은 갔던 것 같다.

26살이 되기 전에는 제주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는데, 26살 군대를 마치고 부모님과 지금 와이프인 전 여자 친구와 간 것을 처음으로 지금까지 한 10년간 25번은 갔던 것 같다.

자주 갔던 이유는 그냥 좋아서, 다른 해외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제주도에서 3년 정도 살아보는 것이다.

그렇게 좋아하는 제주를 최근 2년 동안은 못 갔다.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고 코로나가 때문에 마스크 끼고 다니는 제주는 너무 아쉽다는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한동안 가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너~무 오랜만에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알게 모르게 파워 J의 본능이 꿈 툴 거 린다.



 파워 J인 내가 여행이 계획된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지도를 켜는 것이다.

( * 물론 항공권 검색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어디에서 타야 좋을까? 공항까지 거리는 얼마나 차이 나지? 주차는 쉬운가? 비용은 얼마지? 등등.. 일단 항공권은 예약한 상태라는 전제에서...)


 이번에도 역시 제주도 지도를 모니터 화면에 띄우고 한참을 쳐다봤다.

쳐다본다고 뭐 뾰족한 답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켜서 동쪽으로 갈까? 서쪽으로 갈까? 남쪽으로 갈까? 저기엔 뭐가 있지, 식당은 이런 곳이 있구나 등의 고민을 한다.


방향을 정했다면 숙소를 찾아본다.

에어비앤비 어플을 켜고 지역 내 숙소를 검색해서 하나씩 다 찾아본다.

에어비앤비 검색이 끝나면 포털 창을 켜고 다시 검색하고 그 숙소의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본다.

가격은 얼마고 어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고 거리는 얼마이고 후기는 어떤지, 가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사진보다 좋지 않은 것 아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거의 예약이 가능한 모든 숙소를 찾아본다.


 숙소를 정했다면 렌터카 비교하기

프로계획러에게 사실 렌터카가 예약하기 제일 쉬운 것 중에 하나였는데,

최근 제주도 인기 때문에 렌터카는 여행경비 중 가장 비싼 항목 중에 하나이다.

사실 차를 타려고 가는 것은 아닌데 또 없으면 불편하니까 필수이다.

렌터카는 어느 회사가 깨끗한지, 보험처리는 잘 되는지, 빌리는데 시간을 오래 걸리진 않는지, 픽업 시간은 자유로운지 등 고민을 하면서 알아본다.


여기까지는 파워 J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그럼 어디서부터 무계획이었던 것일까?

 세부계획을 짜야하는데... 가기 전까지 너무 바빴다...

코로나로 회사도 잠시 주춤주춤 했던 것들이 무지막지하게 밀려왔다.

교육, 행사, 채용, 회의 등... 캠핑도 역시 갈 수 없었고 항공, 숙박, 렌터카만 예약해두고 다른 건 알아보지 못했다.


이 자체가 나에게는 무계획이나 다름없다.

P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저거만 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겠지만 나의 불안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이렇게 준비 없이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불안한 마음으로 제주도를 출발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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