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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un 02. 2022

파워 J가 P로 여행한 후기 (ep.02)

애월지역 소소한 방문지 추천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

"무언가에 연연하지 않는다라는 것"은 어느 경지에 올라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경지에 오른 이는 집착하지 않으며 어떠한 행동을 할 때 힘을 빼고 하는 사람일 것이다.



 계획을 잡지 못하고 왔다는 것에 한껏 연연하며,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좋은 예감은 맞는 법이 없고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 하였는가...

출발하기 전부터 흐렸던 날씨는 우려스러운 마음에 더 보태어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평소였으면 "우천 시 계획"이 있었을 텐데... 라며 중얼거리는 나에게 딸아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빠, 저녁쯤엔 비가 그친대!" 라며 얼마 전 새로 산 핸드폰의 날씨 어플을 보여주었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가 무엇을 알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가끔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보다 깊고 순수하다.

얼마 전, 학교에서 그림 그리기 상을 받아온 아이에게 잘했다고 해주었더니, 되려 나에게 상 받는 거보다 열심히 한 게 더 중요한 거라고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신기했었는데 이제는 눈치를 보고 상황에 맞춰 말을 하는 모습에 한번 더 놀란다.

 아이와 얘기하는 사이에 렌터카 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5번 게이트로 나와서 C구역 8번입니다. 5분 뒤에 배차 차량이 출발하니 시간 맞춰 오라는 문자였다. 다음 배차는 20분 뒤라고... 평소 같으면 언제 배차가 되고 미리 연락해서 조율하거나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였다.

바로 전화를 걸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과 함께 수화물과 아이의 손을 잡고 뛰었다... 비는 오고 사람은 많고 시간은 없고 뒤에 따라오는 와이프는 늦고..

다행히, 내가 먼저 도착하여 차를 붙잡았다. 이동하여 렌터카 등록을 하고 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빠, 나 배고파."라는 둘째 딸의 말에 마음이 다시금 급해진다.


 휴대폰 검색을 통해 숙소로 가는 방향에 유명한 생선구이집을 발견했다.

점심시간도 조금 지난 거 같고 식당도 꽤 큰 편이라 웨이팅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역시 주차할 곳은 한 군데도 없었고 밀려들어오는 차들 탓에 겨우 차를 돌려 나오는데 바로 맞은편에 조용한 식당이 눈에 보였다.

"그냥 저기 가자." 우연히 들어간 식당은 맞은편 식당과 너무 차이가 날 정도로 사람이 없고 조용했다.

우리를 포함하여 2 테이블에만 사람이 앉아 있었다.

'조용해서 좋긴 한데, 맛이 있을까?" 하는 걱정을 아주 조용히 와이프와 얘기하고 있을 때쯤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조금 전 나의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너무 맛있어서 바로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고 아이들도 엄청 잘 먹었다.

다만, 늦게 나온 다른 메뉴를 먹느라 애를 먹었지만 무계획이 성공을 부른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여유를 되찾은 것 같다.

급하던 마음으로 목적지만 눈에 보였던 내가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시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압박감에도 벗어났다.

밥을 다 먹고 난 뒤, 어딘지도 잘 모르는 제주에서 우산을 쓰고 걷기 시작하였는데 안쪽 골목에서 예전에 가볼까 했던 예쁜 카페도 우연히 마주치는 행운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 뭐 계획이 없으면 어때! 여행은 여유를 즐기는 것에 목적이 있으니까, 내려놓자!"

그렇게 본격적인 1일 차 제주여행이 시작되었다.


① 애월읍 도도리 (소품샵)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찾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소품샵이 있었다.

"멀리 오느라 지쳤을 아이들을 달래려면 무엇인가 손에 쥐어줘야 해."라고 와이프와 눈빛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하고 소품샵으로 향했다.

옛날 장난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딸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고 비가 와서 더불어 예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일부러 찾아서 오는 것은 추천하지는 않지만 근처를 지나간다면 한 번쯤 들를만한 곳인 것 같다.

② 섬타임즈 (작은 서점)

 최근 아이들과 자기 전에 각자의 책을 골라서 한동안 말없이 책 읽는 것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집중도 잘되고 아이들도 나도 책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책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인 만큼 더 기억에 남길 만한 곳을 찾고 싶었다.

애월에 작은 마을 한적한 곳에 유명한 책방이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애월에 "섬타임즈"라는 이름이 한 군데라고 생각하고 내비게이션을 켜고 "섬타임즈"로 향했다.

제주도를 자주 오긴 했지만 세세한 길까지 잘 모르기에 네비에 의존하여 도착한 섬타임즈에는 찾아보던 책방의 모습이 아니었다.

"음? 이상한데" 하고 다시 검색을 해보니 내가 간 곳은 "펜션 섬타임즈" 였고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은 "책방 섬타임즈"... 다른 곳이었다...

빗길을 뚫고 지난 온 공항 쪽으로 20분가량 이동하였는데 왕복이면 40분을 낭비한 셈이었다.

재빠르게 사과를 했지만 오랫동안 차 타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원성을 온몸으로 들었다..

"그래도 여기는 꼭 가야겠어!"


책이야 인터넷으로 사도 될 것을 제주도까지 가서 무슨 책방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막상 그곳에 가보면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다. 왜냐면 저절로 차분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다.

조용한 마을에 잔잔한 음악과 빗소리, 오래된 책도 있고 신간도 있고 소품도 있는 매력적인 이곳은 애월을 지나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③ 소길 별 하 (소품샵)

 내 인생의 예능프로그램 하나를 꼽으라면 "효리네 민박"을 고를 것이다.

제주의 삶을 동경해왔고 제주에 온전히 스며들어 살고 있는 톱스타의 모습도 새로웠다.

일반인들이 민박집을 방문하는데 그 사람들은 사연이 있는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방문해 평범한 일상을 즐기는 모습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래서인지 제주도를 간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애월읍 소길리의 효리네 민박은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개인집이니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지금은 소품샵으로 변하여 소품도 살 수 있고 입장료를 내면 한쪽 공간에서 차도 마실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비행기표 날짜를 잡고 예약 오픈일을 기다렸다가 미리 예약을 해둔 곳이었다.

오랜만에 계획성 있는 모습이 힘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비 오는 효리네 민박은 더욱 멋스럽고 멋진 곳이었다.

사랑과 여유는 물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분위기에서 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멋진 집보다 넓은 마당보다 조용한 주변과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는 소리와 비가 오면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사람을 한 껏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곳이었다.

제주도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더 한 껏 올라가는 그런 곳이었다.

한 번쯤 꼭 방문 해보길 추천해본다.


자, 이제부터 나의 고민은 "내일은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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