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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 Jun 12. 2022

때로는 폴대가 휘기도 하고, 부러지기도 한다.

위대한 너, 작은 나.

 부드러운 것은 휘고, 딱딱한 것은 부러진다.

 초여름을 앞둔 요즘, 지난겨울이 가끔 생각난다.

 2021년 겨울, 나는 첫 장박에 흠뻑 젖어 있었다.


 겨울 장박이 왜 "캠핑의 꽃"이라 불리는지 해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장박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의 텐트가 별장이 되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주 캠핑을 다닐 때는 텐트를 치고 걷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어떨 때는 텐트를 피칭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기보다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만큼 캠핑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장박을 하면서 텐트를 치고 걷는 일이 굉장히 큰 고통이었구나... 이렇게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정말 매력 있구나를 느꼈다.

나는 나의 별장에 실제 사는 집보다 더욱 애정을 두고 지냈다.

회사를 마치고 가고, 금요일이면 바로 출발해서 일요일 오후나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더욱이 그동안 캠핑을 가면 날씨운이 별로 없었던 나였는데, 장박을 하는 동안만큼은 "날씨가 다했다."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장박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철수 전날 밤 자정까지만 해도 연신 "와 날씨가 봄이야,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라며 감탄하는 나에게 불과 2시간 만에 자연은 위대하고 그 자연 앞에 인간은 한 없이 작은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잠이 막 들었을 때쯤 저 멀리서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쉬... 잉.... 이 잉잉 이 잉!!" 나의 큰 텐트의 폴대가 그 바람에 연신 "드드득...!!!"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 멈출 거라 생각했는데 1시간이 지나는데 더욱 거세진다.

나의 첫째 딸은 바람소리에 잠에서 깨더니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달래는 것 말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2시간을 흔들어 대더니 입구 폴대가 다 부러졌다.

메인 폴대가 부러진다면 텐트는 무너진다.

나와 와이프는 메인 폴대를 잡고 서있었다. 그러더니 옆에 사이드 폴대가 부러졌다.

몇 시간 뒤면 짐을 싸야 하는데, 텐트 안이 엉망이 되었다.

   

 날씨 때문에 고생했던 일전의 일이 생각났다.

나의 첫 면텐트인 노르디스크 알페임을 갖고 포항 칠포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핼러윈 캠핑을 갔었다.

그날도 그러했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무엇인가 완벽한 캠핑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텐트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 약간 어깨가 으쓱해져 있을 때쯤

현실적인 어떤 이가 지나가며 흘리듯이 말하였다.

"저런 텐트는 비 오면 쥐약이야."

나는 비웃듯이 "흠, 비 올 땐 내가 안 들고 다니지."라며 속으로 그 말을 무시했었다.

아니 이게 웬걸, 다음날 아침 거짓말처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비가 안 온다고 생각하여 모든 짐을 밖에다가 두었는데 보슬비로 시작한 비가 점점 굵어졌다.

당황하여 텐트 안으로 짐을 다 옮겼다.

그런데 티피 텐트 모양상 입구에는 비가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장비는 비에 젖고 텐트 안에도 비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곧 퇴실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라며 당황하였지만 어쨌든 집에는 가야 했다.

짐을 부랴부랴 싣는 것이 아니라 구겨 넣었다.

몰골은 처참할 정도로 심각했다.

아이들도 다 젖고 나도 와이프도 장비도 텐트도 다 ~젖었다.

티피텐트 노르디스크 알페임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한다.

자연을 인간이 누리고 산다고... 사실 자연 앞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고로 이기려고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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