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housand words leave not the same deep impression as does a single deed.’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극작가 Henrik Ibsen은 ‘천 마디 말은 한 마디 행동만큼 깊은 인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극작가이자 연극 감독이었던 Ibsen의 입장에서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1906년 Ibsen이 사망 후에 내용을 살짝 바꿔 많은 부분에서 인용되었습니다.
‘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 우리가 미국 속담으로 알고 있는 ‘그림은 천 마디의 말보다 가치가 있다’는 말이 그 변형입니다. 많은 이야기나 사건이 한 장의 사진이나 그림으로 설명되고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소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초기 사진이 기록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에 충실했던 시절에, 사진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을 설명하려고 광고나, 저널리즘에서 많이 인용했던 문구입니다. 사진이 전체 상황을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은 사건이나 스쳐가는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시각적인 이런 강력함 때문에 사진은 광고나 마케팅, 저널리즘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진을 보는 사람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하고, 그 기억은 오래도록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사진은, 내가 살아온 날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합니다. 사진은 역사적인 사실이나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기록합니다. 아름다운 장면과 기억을 오래 남기고 싶을 때도 사진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이런 ‘기록이나 보관’이라는 목적 이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대세인 요즘뿐 만 아니라 필름 카메라부터 디지털 카메라까지 우리는 이런 소망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럼 단순하게 기억한다는 것을 떠나서 남들과 다른 사진은 어떻게 촬영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가장 멋지게 보여줄 수 있을까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사진을 볼 때 그냥 감탄만 하고 지나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들과는 다른 멋진 사진을 촬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촬영할 수 있을까요? 사진을 가르치다 보면 끊임없이 듣는 질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구도를 잘 잡아야 한다, 노출이 중요하다’등의 대답을 합니다. 구도가 무엇일까요? 왜 구도를 말하는데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사진 디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나를 표현하고 내가 느낀 것들을 보여주려면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요? 사진 디자인은 이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장비 사용법이 사진을 찍는 20% 라면, 사진 디자인은 나머지 80%입니다.
1. 사진 구도는 피사체를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구도란 미술에서 나온 것으로 ‘그림에서 모양, 색깔, 위치 등의 짜임새’를 말합니다. 회화의 구도가 사진에서는, 구성 요소인 빛과 색, 조화와 원근법 등을 한 장의 사진 안에 안정감 있게 배치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제가 되는 피사체를 의도대로 한 장의 사진 안에 완성하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주제와 상대되는 요소인 부제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사진 구도는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표현해 내는 것이 아닙니다. 내 의도대로 나름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단순하게 사진을 만드는 중요 요소들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촬영자가 강조하려는 주제에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게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사진은 단순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남과 다른 사진을 촬영하기 원한다면 구도가 중요한 부분입니다.
구도는 내가 보고 있는 것과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구도는 미술에서 발전했지만 회화와 사진 구도는 많이 다릅니다. 회화에서는 긴 시간 동안 구도를 먼저 잡고 구성 요소들을 캔버스에 채워가는 방식입니다. 사진은 피사체인 주제를 중심으로 원하는 부제들을 순간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사진 구도는 찰나의 순간, 한 장의 사진 안에 내가 원하는 의미를 모두 담아야 합니다.
2. 그렇다면 사진 디자인이란 무엇입니까?
구도가 ‘주제가 되는 피사체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안정감 있게 배치하는 것’이라면 ‘사진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디자인은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디자인은 주어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조형 요소 가운데서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구성하여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활동이며, 그 결과의 실체가 바로 ‘디자인’입니다(출처, 두산백과).
‘사진 디자인’은 디자인의 원칙들과 사진 구성의 요소들을 어우르는 말입니다. 사진에서 디자인이란 구성 요소의 배치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의 교감을 이끌어내는 모든 행위를 말합니다. 구도는 이러한 디자인의 원칙이 배치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도를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디자인은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나 모양을 의미하므로 구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디자인은 사진 전체에 대한 계획이고, 구도는 사진 속 디자인 요소의 배열입니다. 다시 말하면, 사진 구성 요소를 배치하는 구도는, 균형이나 대비, 움직임 같은 디자인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는 더 좋은 구도를 적용하기 위해서 디자인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디자인적으로 완성된 사진을 보면, 촬영자가 보여주려는 의도를 파악하기도 쉽고 보는 사람들도 편해집니다.
사진 구도가 ‘사각의 프레임 안에 시각적 요소들을 배치하는 방법’이라고 한다면 참 쉬워 보입니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주제를 배치하고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쉽게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안정되고 좋아 보이게 만든다는 것과 주제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디자인’을 배워야 합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남과 다르길 바란다면 디자인에 대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남들과는 다른 사진을 촬영하고 싶어 하는 목적을 해결하는 ‘목적 지향적’ 행동입니다. 어떤 구도를 선택하고 촬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디자인 요소는 모든 구도의 가장 기본적인 시각적 요소입니다. 디자인 요소들을 배치하고 사용 방법을 아는 것은 사진을 훨씬 더 뛰어나게 만듭니다. 내가 느낀 감정과 전달하려는 것들을 잘 보여주려면 디자인이 답입니다.
디자인이 ‘단순하게 좋아 보이도록 꾸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디자인 요소와 원칙들을 활용해서 좋은 사진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내 사진에 의미를 불어 넣고, 의도를 드러내고, 시각적으로 뛰어나게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