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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May 08. 2022

(인천)이렇게 화려한, 골목길 사진

저는 구도심의 골목길을 좋아합니다. 사진가이니 당연히 사진을 찍는 요소로써 좋아합니다. 제가 자주 카메라를 들이대는 요소이기도 하고, 제 사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사진보다 더 골목길을 좋아하는 이유는 ‘골목길은 언제나 화려하고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천 신흥동 골목길 건물>

오늘은 구도심 골목길에서 만나는 색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아주 멋지고 높게 지어진 깔끔한 신도시의 화려함과는 달리, 구도심 골목은 참 다양한 색을 보여줍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색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색, 벽화라든지 무슨 마을이든지 하는 것들은 제외입니다. 벽화 등에 대해서는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늘 곱지않은 시선을 보냅니다.

<위 건물을 측면에서 단면으로 촬영>

원도심, 즉 구도심 골목길이 사람들이 많이 떠나고 황량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골목길을 걸으며 만나는 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상상합니다. 구불거리는 골목 여기저기서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뛰어나올 것 같은 상상을 합니다. 하늘을 닮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대문안에 모여앉은 동네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꽃을 상상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은은히 비추던 가로등 불빛을 상상합니다. 낮고 작은 창문으로 새어 나오던 백열등, 도란도란 나누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상상합니다. 많은 상상들이 내 입꼬리를 올라가게 합니다.

비록 낡고 반쯤 기울어진 집들이지만, 아직도 마음이 따스한 사람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곳입니다. 그 따스함을 말해주듯 골목길은 다양한 색으로 저를 반깁니다. 시간을 겹겹이 덧칠해 원색은 잃었지만, 세월을 깊게 담은 색은 그 진득함을 더합니다. 저는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로 골목길을 걸으며 다양한 색들을 카메라에 담는 일이 너무 행복합니다. 간혹 마주치는 디자인적 요소에는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인천 경동 건물>

사람들이 떠나거나 비어버린 집들은 골목길을 더욱 스산하게 만듭니다. 아직도 골목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도외시한 채 외형만으로 단정합니다. 하지만 제가 수없이 걸어온 골목길은, 마주치는 사람들도 만나는 모든 색들도, 심지어 빈 건물을 제 집 삼은 길냥이 마저도 따스한 ‘온기’입니다. 맑은 날이면 맑은대로, 흐린 날이면 흐린대로 골목길의 색들은 본연의 모습을 다합니다.

<인천 경동 뒷골목>

시간이 지날수록 낡은 것들은 부서지고 없어져 가는 요즘이라 아직 남아있는 골목길이 더 반갑습니다. 구석구석 지나면서 발견하는 색은 작은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의외의 곳에서 그 골목을 터 삼아 새롭게 뿌리 내리는 사람들도 반갑습니다. 골목길에 어울리는 색을 가진 곳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인천 용동 ‘야생식당’>

운동을 핑계삼아 두,세시간을 꼬박 걸어 다닙니다. 손에는 스마트폰 두 대를 들고 가볍게 골목길을 만납니다. 몬드리안도 만나고, 에드워드 호퍼도 만나고, 다양한 풍경도 마주칩니다. 잠시도 지겨울 틈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색을 찾아 골목길을 헤매는 이유입니다.

<인천 율목동 건물>

휘휘돌아 오는 길에 만난 동화같은 나무 한 그루가 저를 반깁니다. 바람이 상큼하게 불어옵니다. 구도심 골목길은 항상 따스합니다.

<인천 동구 우각로 도로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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