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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Mar 03. 2023

내 사진에 제목을 '만든다'는 것, 두 번째 글


‘제목을 만든다. 제목을 붙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저번에 ‘내 사진에 제목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글을 올리고 난 후, 두 번의 번개를 더 진행하면서, 같이 하시는 회원님들의 가장 큰 고민이 ‘제목’이 됐습니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 보다 제목을 붙이는 것이 더 어려워서 고민이라는 말이 계속 들립니다. 


좋은 제목을 만든다는 것은, 사진 작품과는 또 다른 작품을 만드는 영역입니다. 잘 만들어진(?) 제목은 내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간접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합니다. 또한 제목은 어딘가 부족할 수 있는 내 사진을 보완하고,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내 사진속의 또 다른 의미를 나타냅니다. 제목은 내 사진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제목을 정하는 방법을 논할 수 있지만 기본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가장 기본적인 것이 촬영한 날짜와 장소 등을 적는 것입니다.

2. 사진이 내 자신과 관계있는 것이라면, 나와의 관계를 명시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3. 눈에 보이는 현상, 프레임 속 사진 요소들에 집중합니다. 

4. 내가 말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5. 사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들을 제목으로 만들어 봅니다.

6. 사진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확장해서 유추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7. 사진 작품을 만든 매커니즘적 요소, 장노출, 다중노출 등을 넣습니다.

8. 주제가 아닌 것들에서 모순점을 찾아봅니다.

9. 주제가 되는 하나의 강력한 단어를 생각합니다.


저 번 글에서 ‘제목을 만든다’는 것에 대해 구구절절이 말씀 드렸으니, 오늘은 제 사진을 가지고 제목을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진이 한 장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촬영할 수 있는 특별할 것이 없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봤을 때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혹은 어떤 제목이 떠오르시나요? 제가 제목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가 이 장면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느낌은, 첫 번째, 기하학적인 화면 분할과 빛, 구도, 질감 등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 ‘또 다른 만남 혹은 세상’등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감각적이면서 어쩌면 미래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요소들을 전부 생각했습니다. 기하학, 구도, 빛, 분할, 또 다른 세상, 또 다른 미래, 감각적인, 미래지향적인 등등. 생각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기하학과 감각, 미래지향적, 또 다른 세상에 집중합니다. 그런 다음 확장해서 유추할 수 있는 단어를 생각합니다. 그 과정이 아래와 같습니다.


1. 기하학, 빛, 구도, 분할 → 또 다른 만남, 또 다른 세상, 감각적인, 미래지향적 느낌

2. 감각의 차원으로 확장 → Dimensions of Sensation

3. 감각의 차원보다 어감이 좋은 ‘감각적인 차원(Sensual Dimension)’으로 최종 결정됨.


기하학과 빛, 구도, 분할에서 시작된 생각은 또 다른 만남과 세상에서 차원을 유추하고, 기하학의 감각적인 면과 차원을 합쳐서 새로운 제목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과 제목을 지으면서 들었던 생각들로 작가 노트를 완성합니다. 


최종 제목 : 영어로 ‘Sensual Dimension’ (감각적인 차원)


‘Sensual Dimension’


그 방으로 들어서자 빛이 내리는 기하학의 벽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차디찬 벽면과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질감의 패턴이  현대적이면서 미래적인 느낌을 떠올리게 했다. 기하학적인 선과 모양이 기술이 만들어낸 디지털 디자인 같은  느낌을 줬다.


가까이 다가가자 금속성 질감 옆으로, 창문 그늘에서 나오는 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밝고 빛나는 빛은 환상적인 느낌을 내면서 미래적인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디자인의 질감은 프랙탈 패턴을 연상시켰으며, 작은 요소들의 반복으로 더 큰 전체를 이루었다. 빛의 그라데이션은 깊이와 차원을 더해 디자인 속으로 나를 끌어 들이고 있었다.


선, 패턴, 밝기는 모두 함께 전체를 만들고, 그 요소들이 합쳐져서 얼마나 매혹적인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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