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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 작가 Jul 03. 2023

구상과 비구상

‘자연의 형상이 담겨있는 것을 구상, 관념적인 것을 표현했으면 비구상’

미술에서 구상은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 기법 작품입니다. 현실적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형태나 색채를 가진 것, 그려진 것들이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사물인 것을 말합니다. 추상은 어떤 일정한 형태나 색채가 우리 생활에서 발견될 수 없는 것들을 말합니다. 추상화는 어떤 사물을 그릴 때 그 성격을 유추하여 특성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추상과 달리, 자신의 마음속 감정 상태나 이념들을 형태와 색채로 표현하는 경우를 비구상이라고 합니다. 비구상이라고 하는 이유는 현실의 사물에서 유추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상은 작품의 주제와 대상이 자연에 존재하는 것으로 풍경화, 정물화, 인물화 등을 포함합니다. 추상 또는 비구상은 표현 주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이 기호화된 표현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구상과 비구상이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구분하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로 주제에 대한 제약이나 구분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구상을 통해 시작하지만, 구상의 변형을 통해 반구상이나 비구상의 영역으로 확대함으로써 경계가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왜 제가 구분이 모호해진 구상과 비구상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하면, 사진은 미술을 위한 보조 역할로 시작되었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지나 사진이 미술을 대신하는 예술로서의 위치를 갖게 된 것이 사실입니다. 우연성이나 복제성 등의 여러 이유로 예술적인 지위가 아직 높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진이 예술로서의 가치를 지닌 것은 확실합니다. 사진은 미술품을 복제하거나, 미술을 위한 스케치의 용도로 시작되어 점차 독립하여 예술의 한 장르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인지, 구상을 바탕으로 한 한계인지 사진은 갈수록 회화를 닮아가고 있습니다(핸드헬드 사진 기법 등). 


제가 강의를 할 때 자주 비유하는 재즈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즈는 흑인 노예들의 애환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재즈가 백인들의 음악으로 되면서 변질되기 시작합니다. 재즈 원래의 즉흥성과 변형, 자유를 망각한 채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됩니다. 예술에서 새로운 시도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백인들에 의한 재즈는 갈수록 클래식화 하게 됩니다. 재즈에 클래식적 요소를 도입해서 재즈가 클래식 음악처럼 되어 버린 것이죠. 이러다 보니 재즈의 원래 특성이 사라지고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변질되게 됩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은 사진으로서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록 태생이 미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사진은 사진이라는 독립적 예술 장르입니다. 그런데 ‘왜 자꾸 회화를 꿈꾸는 것입니까?’ 구상에서 한계를 느꼈다면 추상과 비구상에서 답을 찾아야지 회화를 꿈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화를 꿈꾸는 것은 신회화주의라 불리는 사진의 또 다른 한 축이 담당하면 됩니다.


‘정말 그림 같아요!’

이 표현이 듣기 좋으신가요? 저는 사진을 촬영한 것이지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사진도 충분히 구상과 비구상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미 구상과 비구상의 구분을 넘어 발전해 왔습니다. 이제 구상에 만족하던 사진을 추상과 비구상의 영역까지 확장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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