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가을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을 들러 정동길로 내려갑니다. 로타리에서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정동제일교회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교회 건물에 내리 비추는 빛은 늦가을 빛이라서 거칠고 강렬합니다. 빛이 사광으로 옆에서 비추는 거라서, 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간섭에 의해 선명한 색상을 나타내지 못할 것 같아서 흑백으로 생각하고 셔터를 누릅니다.
노란색의 지그재그 선은 주제인 창문으로 시선을 이끌어가는 리딩라인의 역할을 합니다. 선은 점의 연속으로 운동감을 나타내고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프레임 밖에서 피사체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갑니다. 리딩라인에 의해 이끌어진 관객의 시선은 그 다음 요소를 찾아서 프레임 속을 돌아보게 됩니다. 컬러사진도 마찬가지지만, 흑백사진은 더욱 더 명암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파란 선이 나타내는 것은, 사진의 가장 밝은 흰 부분부터 가장 어두운 블랙까지의 계조입니다. 시각적 무게가 강렬한 대비가 높은 사진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프레임에 각각 다른 밝기(존 시스템의 ‘Zone’)가 풍부할수록 사진은 깊이가 느껴집니다. 촬영하기 전 결과물을 예견하고, 보정할 때 쉐도우와 하이라이트를 적절하게 살려야 계조가 풍부해집니다(6개 이상의 계조가 살아있습니다. 의도적으로 극한 대비의 사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조리개 : f13 / 셔터스피드 : 1/60 / ISO : 100 / 측광방식 : 스팟측광 / 장소 : 정동제일교회